문화/창작

대형 갈비집 사장님의 새옹지마

2021.01.25

 




                   대형 갈비집 사장님의 새옹지마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옛날 중국의 한 마을에 새옹이라는 늙은이가 있었는데 늙도록 자식이 없어 근심하다가 어렵게 늘그막에 아들을 얻게 되었다. 아들은 매우 총명하고 기운이 장사여서 새옹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이아들이 인근 여러 고을이 경합하여 벌리는 장사 씨름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고 그 상으로 큰 말을 타가지고 오자 새옹은 뛸 듯이 기뻐했다. 아들은 그 말을 타고 날이면 날마다 온 산과 들을 씩씩하게 누비고 다니니 새옹의 자랑거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말을 타고 가다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쳐 절름발이가 되고 말았다. 새옹은 자랑거리였던 아들의 말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아들이 씨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해서 이 말을 안타왔더라면 다리병신이 되지 않았을터라 여기고 말을 구박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라에 전쟁이 나서 마을의 모든 젊은이들이 전장에 끌려 나가 모두 죽고 말았다. 새옹의 아들은 불구인지라 살게 되었다. 새옹은 아들을 떨어트려 병신을 만들어준 말이 너무도 고마워서 생명의 은인처럼 여겼다한다. 


이 고사가 말해 주는 것은 세상의 모든 행운과 불행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비슷한 우리나라 속담에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돌고 돈다는 말이다. 지금 나에게 큰 행운이 나중에 반대로 나에게 큰 불행이 되기도 하고 현재의 불행이 나중에 큰 행운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에 신문에서 보니 7년 전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었던 사내가 목매달아 자살 하려다 겨우 죽음을 면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이렇듯 7년 전의 행운이 이제는 그이에게 죽음을 결심하게 하는 불행이 된 것이다. 


8~9년전부터 필자에게 상담을 받곤 하시는 박 사장님은 LA에서 꽤나 알려진 대형 갈비집 사장님이시다 처음 필자를 방문하셨을 때 무척이나 초조한 상태로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 몇 년전부터 이런저런 사고가 많아 목돈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니 영업이 잘 되어도 감당키가 어려워 사채를 쓴 것이 화근이였다. 은행에는 이미 담보가 잡혀 있는 터라 돈을 구할 수 없어 ‘잠깐만 빌려 쓰고 곧 갚아야지’하고 쓴 고리의 사채이자가 눈덩이처럼 불려져 아침, 낮, 밤 가릴새없이 거친 욕설의 빚 독촉을 당하니 올드 타이머로서 그래도 한인사회에 유지랍시고 행새하던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게를 매매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분이 가게와 건물을 합쳐 받고자했던 가격은 300만불 정도였는데 이분의 급한 사정을 약점 삼아 150만불에 딜이 들어왔다. “세상에 이런 날강도 같은 놈들이 있습니까? 아예 거져 먹으려지 뭡니까?” 매우 흥분해서 침까지 튀겨가며 장황히 늘어놓으시는 사연을 듣자하니 아무리 급매로 처분한다 해도 300만불은 아니라도 250만불이면 거져다 시피하는것인데 중간에서 에이젼트가 자꾸 장난질을 해서 애간장을 태운다는 거였다. 


필자가 가만히 박 사장님의 운을 짚어보니 ‘익지가인’의 쾌다! ‘다소 곤란함을 겪다 해결되는 운이니 서두르지 마라! 괴로워도 참고 인내하면 어려움이 극복되리라!’는 말로 해석 될 수 있다. 필자 왈 “빚 독촉에 시달리시려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세상의 악다구 중에 빚 독촉이 그중 제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괴로움은 이루 말 할 수 없겠지만 조금만 버티시면 어려움이 극복 될 수 있다고 보여지니 너무 싼 가격에 가게를 처분하려고는 하지 마십시요! 차라리 사채업자를 만나서 한 6개월에서 1년만 기다려주면 못 받은 이자를 배로 쳐서 갚아주겠다고 하는 한이 있어도 지금은 견뎌야 할때라고 봅니다!” 라고 하니 “아 휴! 말도 마십시오.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아이구~ 참! 이걸 어쩌나?” 하며 쩔쩔 매신다. 그런데 그 후 소식을 들으니 극적으로 친구분이 급한 돈을 돌려주어 발등의 불부터 우선 막았다는 반가운 소식이였다. 


이렇게 2~3년이 지난 뒤 갑자기 타운에 상가 붐이 일기 시작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한국에서 투자자까지 들락거리며 상가가격을 들쑤셔 놓았다. 하루가 다르게 상가 가격이 폭등하던 어느날엔가 박사장님이 필자를 찾아오셨는데 안면에 희색이 가득하였다. 와서 하시는 말이 “가게에 오퍼가 들어왔는데 750만불에 거래를 하자는 요청입니다.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 이럴까 저럴까 생각중입니다! 저번에 선생님 말씀대로 견디어 낸 것이 이런 결과가 되었지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매매를 해야 할까요? 좀 더 기다려 봐야 할까요?” 라고 하신다. 필자가 웃으며 말없이 박 사장님의 쾌를 짚어보니 이번에는 ‘혁지함’의 쾌다. ‘찬스를 놓치면 큰돈을 놓친다. 신속히 대응하라!’ 는 말로 설명 될 수 있다. 필자 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파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상가들 가격에 거품이 많이 낀 것 같으니 더 욕심내지 마시고 이쯤에서 매도하시지요!” 라고 하니 “은행에서도 얼마든지 돈을 더 빌려준다고 하면서 융자를 더 받아서 필요한데 쓰고 상가 가격이 계속 오르니 가지고 있는게 좋다고 하던데 조금 더 가지고 있으면 안 될까요?” 라고 하신다. 


필자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조용히 “계영배라고 아시지요? 욕심을 내서 가득 채우면 그 내용물이 완전히 다 없어진다는 신비의 잔 말입니다. 7할 정도를 채워야 변함없이 지속된다는 말처럼 너무 욕심을 다 채우려하면 오히려 잃게 되는 법이지요. 지금이 70%정도 되지 않나 싶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는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라고 하며 충고 하였으나 큰 기대감으로 들떠서 상기되어 있는 박 사장님이 필자의 충고를 듣지 않은 듯 싶었다. 결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박 사장님은 얼마전 파산했다. 때를 놓치고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맞고 이런저런 악재들이 겹쳐 만들어낸 결과다. 일희일비 하지 말고 ‘좋을 때 나쁠 때를 준비하고 나쁠 때 좋을 때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사연이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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