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生活之道 去去益甚(생활지도 거거익심)

2021.01.26






                  生活之道 去去益甚(생활지도 거거익심) 

 

 얼바인에 거주하시는 오 선생님은 필자의 오래된 고객이시다. 90 이 넘으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정하시고 항시 호탕하게 웃는 낙천적인 분이시다. 삼십대 중반까지만 해도 재벌의 반열에 머물 정도로 귀공자이셨다. 하지만 그 이후 生活之道 去去益甚(생활지도 거거익심 : 날이 갈수록 살아가는 것이 점점 힘들어 짐) 하여 지금은 노인아파트에서 월 페어로 겨우 연명하고 계시지만 낙천적인 성격대로 이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호방하게 지내신다. 이 분 말씀을 빌자면 ‘사내자식이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았으면 그만이지 그 까짓게 뭐 대수냐? 는 식이다. 


 이분은 1929년 음력 5월24일생으로 午時에 태어나셨다. 따라서 사주팔자는 기사년 경오월 병오일 갑오시가 되었고 운은 역행하여 기사 무진 정묘 병인 을축 갑자로 흐른다. 지기가 전부 巳火 午火 로 되어 있으니 무척이나 신강한 불바다 사주이다. 따라서 월간 경금을 용신으로 써야 할 것 같다. 이 경금이 왕성한 비겁에 의해 파국 된듯하여 별 볼일 없는 사주 인듯하나 년간 기토가 생재하여 ⌜식상생재격⌟사주가 되었다. 년 월주에 길신이 있고 초년대운이 식상의 희신운이므로 초년운이 매우 대길하나 삼십 중반 정묘대운 이후 운의 흐름이 점입가경, 갈수록 태산인 식으로 매우 불길하다. 전형적인 선부후빈 (초년은 부유하나 후년이 빈궁한) 사주 구성이 되었다. 오래전 이 분이 필자를 처음 방문 하셨을 때 이분의 사주팔자를 들여다보고 필자가 한 첫마디가 “태어나실 때부터 금덩이를 손에 쥐고 나셨지만 30대 중반 이후 동냥그릇으로 바뀌는 팔자로군요” 였다. 이 말에 오 선생님 파안대소하며 “생긴 대로 산다더니 내 팔자가 그렇게 생겨 먹은 거였구만!”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LA에 나올 때면 꼭 필자를 방문하시곤 하셨다. 


 이 분은 전라도 광주 인근의 만석꾼의 외동아들로 태어나셨다. 아버지 나이 50이 넘어 겨우 얻은 외아들이여서 금지옥엽으로 자랐다. 큰어머니(본가 어머니)는 이때 딸만 둘 낳은 채 50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 아이를 낳을 수 없었고 소실(이분의 어머니)을 들여서 이 분을 낳았다. 아버지와 큰어머니, 그리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이복누이 둘, 그리고 생모와 자신 이렇게 여섯 식구가 한 집에 살았다. 큰 어머니가 가장 이분을 이뻐해서 늘 손에 안고 살았기에 젖을 먹일 때나 생모 차지가 되었다고 한다. 온 식구가 이분이라면 벌 벌 떨며 위했기에 버릇이 없어져 악동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새총을 만들어 남의 집 장독 깨기는 기본이고 사람에게 잘못쏘아 어떤 이의 경우 눈을 다쳐 한 쪽 눈을 실명까지 하게해서 한 밑천 떼어주고 무마한 일도 있었다 한다. 학교는 집에 있던 머슴이 업고 다녔는데 조금 커서는 자가용으로 통학해서 아이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자가용이 희귀해서 구경거리가 될 정도였다. 악동 짓을 하면서도 머리가 좋아 학교 성적은 늘 우수했다. 좋은 성적으로 서울의 모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이분의 난봉끼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강의는 뒷전이고 매일매일 여자들 꽁무니 따라 다니며 꼬시기를 밥먹듯 해서 대학 졸업 무렵에는 “내가 백 명의 여자를 자빠뜨렸다!”고 자랑하고 다닐 정도였다 한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 친구분이 운영하는 모 기업에 몇 년 근무했는데 이 기업은 아버지의 투자 지분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몇 년 시계불알마냥 건성건성 다니다 때려치우고 사업한답시고 광산을 하나 인수해서 다른 사람에게 맡겨 놓고 매일 기생집에 출근 하다 시피 하니 사업이 잘 될 일 없었다. 몇 년 만에 다 말아 먹고 허송세월 할 때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 당시로는 꽤나 장수 하신 셈이었다. 


 돌아가시면서도 아들 걱정을 하다가 숨을 놓으셨다고 한다. 이때 번쩍 정신이 들어 술도 끊고 새롭게 새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때가 이분의 운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30대 중반이다. 처음 목재 사업을 하였는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큰 화재가 나서 그 많은 목재를 다 태워 먹었고 ‘운 나쁜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고 하필이면 이때 화재 보험 만기가 되었고 재가입하려고 하는 시점이여서 한 푼 보상도 받지 못했다한다. 그래도 아직 남은 재산이 있어 이번에는 버스 사업을 시작했고 잘 되가는 듯 싶었는데 몇 년 안가 대형사고가 나서 사람이 스무 명이나 죽는 일이 발생해서 그 사고를 무마하느라 회사를 날렸다. 이런 식으로 손대는 일마다 깨지고 깨지며 세월이 흘렀다. 그래도 워낙 큰 부자였기에 이분 나이 50세경까지는 호구지책에 걱정이 없었다 한다. 헌데 미국까지 건너와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했던 사업체는 모 흑인 거주지역에서 제일 큰 규모의 슈퍼마켙과 역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했던 리커스토아였다. 


 이 돈은 그동안 여유가 있을 때 빚 대신 받아놓았던 전국의 여기저기 규모가 작아 처분이 용이치 않았던 짜투리 부동산과 평생 처음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하여 여기저기서 십시일반으로 얻어낸 돈들이었는데 평생을 워낙 크게 베풀고 살았던 터라 작은 돈은 아니었다. 허나 재벌이었던 이분의 과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 이른 아침 새벽부터 꼭두새벽까지 하루에 잠 2-3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으며 평생 처음으로 열심에 열심을 더했다. 허나 이마저 LA 폭동 때 거덜이 나자 이제는 완전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자식들도 다 떠나고 부인마저 몇 년 전 사별하고 나니 인생살이가 다 별거 없는 것임을 알게 되셨다고 하며 담담해하신다. 


 고난 속에 도인이 되신듯하다. 반드시 산속에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고 수련에 열중하여야 도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예부터 일반인들 속에 섞여 표내지 않고 남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큰 도를 깨우친 재가도인(在家道人)들의 수도 적지 않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하루하루 살아 나아감이 수행의 과정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도 그때그때 깨칠 수 있는 법문(法文)들이 많음이다. 생활 속에 도인이 되어보라!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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