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강과 측천무후
중국 산서지방의 가난한 장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무사확은 어려서부터 이재(理財)에 능했다, 무사확은 산림을 채벌하여 뗏목으로 수송하는 아이디어로 큰돈을 모았고 당태종의 아버지 이연이 수나라에 반기를 들고 궐기할 때 큰 자금을 바쳐 벼슬이 이주 도독에 이르렀다. (후에 병부상서까지 역임했음) 무사확은 두 번째 부인 양씨에게서 딸을 2명 두었는데 둘째 딸 무조가 특별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검은 머리털이 탐스럽고 통통한 볼에 치켜 올라간 두 눈이 몹시나 귀여운 모습이었다. 조가 첫돌이 되던 해 당시 관상으로 천하에 으뜸가는 원천강이 태종의 부름을 받고 고향 성도에서 장안으로 가기위해 무사확이 도독으로 있는 이주땅을 지나게 되었다.
기록⌜구당서⌟에 의하면 ‘신의 눈을 지닌 관상의 명수’가 바로 원천강이었다. 황제의 부름을 받아 상경하는 이가 자기 고을을 지날 경우 그 지역의 벼슬아치는 그를 정중히 맞이하여 성대하게 대접하는 것이 관례였고 그 핑계로 자신의 장래는 물론 집안 식구들의 장래를 점쳐볼 수 있는 기회여서 무사확은 정중히 원천강을 집으로 초대했다. 식구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으나 별로 신통치 못한 대답을 듣자 다소 실망하던 차에 원천강을 실험해 볼 요량으로 무조에게 남자 아이옷을 입혀서 원천강에게 보였다. 원천강은 말없이 무조의 조그마한 얼굴을 뜯어보다가 눈이 점점 화등잔 만해지더니 갑자기 몸을 떨며 무조 앞에 엎드렸다. “용이 머리에 뿔이 돋아 솟아오르는 기세이니 귀인의 극치인 천하의 제 일인자의 상입니다.” 라고 하더니 스스로 놀라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경천동지(驚天動地) 같은 놀라움에 저도 모르게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삼족이 멸할 수 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원천강의 쏟아 내는 말과 벌벌떠는 행동을 보고 무사확은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원천강이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사확은 허둥지둥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달아나듯 떠나가는 원천강을 “천하에 제일가는 관상가라고 하더니 엉터리도 저런 엉터리 관상쟁이가 어디 있는가? 아니? 천자가 될거라니? 세상에 계집이 천자가 되는 일도 있다던가! 미친 영감태기 같으니라구!” 라고 한 뒤 침을 퇴! 퇴! 퇴! 뱉었다. 허나 후일 이 원천강의 예언은 정확히 실현된다.
훗날 태종의 궁녀가 되어 궁에 들어온 무조는 천자의 총애 속에 세력을 굳혀가다 왕후가 되고 무서운 권력욕의 화신이 되어 자신이 낳은 아들들마저 살해하고 마침내 중국 역사상 최초의 여자황제가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당시의 상식으로 여자가 황제가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지나가던 개가 웃는 일’일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소리여서 무사확이 원천강을 비웃고 욕했던 것이다. 역시나 ‘신의 눈을 지닌 원천강의 눈’은 정확했던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원래 무씨는 태종의 후비였으나 그의 아들인 고종이 즉위하자 그의 후궁이 되었다. 아비와 아들을 동시에 취한 여인이 된 것이다. 무씨는 대단한 야망가이자 권모술수에 능해 당시 자신을 후궁으로 복귀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왕후마저 쫓아내고 스스로 황후가 되었는데 고종과 무씨황후도 요즈음 유행하는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어서 당시 고종은 28세 무씨는 33세였다. 황후가 된 무씨는 고종을 허수아비 황제로 만들었고 스스로 권력을 장악했으며 4남2녀를 낳는 왕성한 생산력도 보인다. 권력에 눈이 먼 측천무후는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을 살해하고 피바람을 일으키며 스스로 황제에 오른다. 무씨는 국호까지 바꿔 주나라라고 고쳐 부른다. 당나라가 무너지고 주나라가 생긴 것이다.
측천무후의 상식을 넘어서는 냉혹한 권력욕은 피바람을 불러 수없이 많은 이들이 무참히 살육되어 갔다. 그녀의 나이 여든 두 살까지 그의 집권은 계속되었고 그녀의 넷째아들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던 중종의 아들인 융기가 난을 일으켜 할머니인 측천무후를 퇴위시킬 때까지 길고도 긴 권력을 향유하였다. 측천무후는 남성 황제들이 많은 여성을 첩으로 거느렸던 것처럼 많은 남성을 첩으로 거느렸으며 70대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성욕을 보여 수없이 많은 미남들을 거느렸다. 당시는 남성중심의 사회였기에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미미했고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조차 어려웠으며 큰 흉이 될 수 있기에 여자가 출세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온 천지에 유일무일의 최고의 자리인 황제에 오른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한 일이었는데 무조는 해 낸 것이다.
요즈음은 易學上으로도 陰의 세상이 오고 있으니 여성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오는 것은 당연하고 현실로 봐도 그렇다. 영국이나 독일, 필리핀, 태국 등등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이 집권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다. 이것은 예연이 아닌 자연적인 사회현상이다. 국가지도자뿐만 아니라 사회조직에서도 여성의 파워는 점점 커지고 남성의 위상은 점점 위축되어 갈 것이다. 원시시대 초기 모계사회로 점차 복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상운세의 흐름이다. 아무튼 측천무후는 세상을 앞서간 여걸임에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이글은 2012년 5월 19일 필자가 한국일보에 게제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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