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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도대체 부족한 게 뭡니까?

2021.05.11




 

                   도대체 부족한 게 뭡니까? 


 부자들이 많이 사는 맨하탄 비치에 사시는 K여사는 UCLA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 유명정신과 의사가 된 분이다. 주류 언론 이곳저곳에 칼럼을 게제하기도 하고 심포지엄에 참석도 한다. 하지만 전업하지는 않는다. 의사 일에 매달리지 않아도 돈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수 분야 정밀부품 기술자여서 일반인들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거액의 연봉을 받기 때문에 집안 살림은 늘 풍족하다. 동네 사람들 끼리 어울려 모임도 만들었는데 90%가 백인이고 흑인, 인도인 동양인이 각 1명 끼여 있는데 그 중에 동양인이 K여사 시다. 부자 동네여서 인지 멤버도 화려하여 유명 영화배우, 운동선수, 재벌 집 상속녀 등등 정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K여사 말을 빌리자면 우아를 떨며(?) 은근히 돈 자랑하는 게 주된 모임 내용이라고 한다.


 K여사의 집은 말 그대로 저택이라 하는데 K여사가 직접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동창이며 친구인 R여사 에게 들어보니 집 게이트 철문을 열고 차타고 한참 들어가야 할 정도란다. 정말 대단한 집인 모양이다. 아들, 딸 남매를 두었는데 둘 다 엄마, 아빠의 우수한 두뇌를 닮아서 인지 공부를 무척이나 잘 한다고 한다. 둘 다 머리가 무척이나 좋은데다가 한국 엄마 특유의 교육열이 더하니 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일 독선생이 집에 와서 몇 시간씩 부족한 부분을 책임지고 커버해 주니 아니그럴수 없겠다. 자질구레한 살림은 집사가 한다. 60대 초반의 한국 여성분이다. 일 처리가 노련한 분이신데 집사 경력만 수 십 년이시란다. 


집사 이분도 필자가 한 번 상담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유명대학 까지 나오셨고 한 때 괜찮은 경제력도 지녔지만 남편이 오랜 지병으로 고생 하시다가 돌아 가셔서 경제가 파탄되어 어쩔 수 없이 남의 집 살림을 시작 하셨는데 책임감이 강하고 일 처리가 깔끔하여 이집 저집 불려 다닐 정도로 인기 있는 분이다. 이분이 집에서 일하는 식구 3-4명을 총 지휘하여 살림을 꾸려 나가신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끔 옷도 사주고 월 10,000 불 수입이니 집사 직업도 전문직임에 틀림없다. 이분이 아이들 뒷바라지 까지 다 한다. 중요하지 않은 애들 학교일은 이분이 다니며 해결한다. 영어도 능숙 하기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 


남매가 둘 다 매우 귀엽게 잘 생겼다. 부유한 집 애들이 자칫하면 이기적 이고 건방지기 쉬운데 이 아이들은 교육을 잘 받아서 인지 원래 심성이 그래서인지 아무튼 매우 예의 바르고 어른들을 공경 할 줄도 안다. 한국말도 둘 다 완벽하게 구사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제 막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아닌가? 할 정도로 잘 한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 임에도 불구하고... 다 K여사의 완벽한 교육방침 덕이다. 남편은 성격이 다소 고지식한 편이지만 오로지 가족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담배는 전혀 안하고 술은 기분에 따라 마시기도 하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다. 주량은 오히려 K여사가 강한 편이다. 남편은 결혼 전 죽자 살자 쫓아다닌 이래 지금까지 오직 only you (온리유) 다. 애창곡도 you mean everything to me! 란다. K여사의 친정은 한국의 섬유 재벌이었던 집안 계통이여서 매우 부유한 편이다.


 K여사는 5남 1녀 중 그것도 막내여서 어려서부터 매우 귀여움을 많이 받고 귀하게 자랐다. 오빠들도 모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다. 외동딸인 K여사가 미국으로 시집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나 오빠들 모두 반대였다. “니가 뭐가 부족해서 미국에까지 시집을 가냐?” 였다. 하지만 고집을 부려 미국에 기반을 둔 남편과 결혼했다. K여사 유학시절 부터 K여사 좋다고 목을 매고 쫓아다니던 남편의 지극 정성에 감동해서였고 어떤 계기로 한국이 싫어져서였다. 이런 완벽한 조건을 지니고 있는 K여사지만 늘 우울하다. 상담을 하러 와서 명랑한 웃음을 보이려 노력하지만 그 웃음 끝에는 늘 쓸쓸함이 묻어있다. 처음 필자가 K여사의 팔자를 분석해 본 뒤 처음 한 이야기가 “도대체 부족한게 뭡니까?” 였다. 의식주 풍족하고 남편 복 있으며, 부모형제 덕에 거기다 더하여 자식 복 있고 건강 복까지 있어 무병장수할 팔자여서 한 말이다. 필자의 이 말에 아무 말 없이 쓸쓸히 웃던 첫 인상이 지금도 선하다. 문제는 사랑이었다. 그놈의 사랑이 뭔지 인간사 요소요소 끼어들지 않는 곳이 없다.


 K여사는 원래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청년도 K여사처럼 미국에 유학와있는 청년 이었는데 K여사처럼 집안이 부유해서 온 유학이 아니요, 피 눈물 나는 고행 끝에 이룬 유학이었다. 청년의 집은 매우 가난했고 부모는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고학 끝에 당시 국가에서 가난한 수재들의 교육지원을 위해 시행하던 ‘국가 유학생 고시’에 응시해 얻어낸 유학이었다. 허나 국가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에는 학비만 포함되지 생활비 까지는 얻을 수 없어 밤, 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생활비를 충당 할 수 있었다. K여사가 친구들과 자주 들리던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하던 이 청년이 이런 연분으로 만나게 되었다. 자존심이 강해서 K여사의 도움을 칼같이 거절하던 이 청년이 K여사의 집안 형편을 알고 난 뒤에 두 사람의 사이가 서먹해졌다. 자기의 처지와 너무 다른 K여사가 자기와 계속 교재 할 경우 결국 A여사만 상처받게 될 것이라고 하며 이별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때는 너무 늦었다. K여사의 청년에 대한 사랑이 너무도 깊어진 뒤였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청춘 드라마 같은 사연 뒤에 결국 청년은 떠났고 긴 실연의 방황 끝에 K여사는 현재의 남편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일이 꼬이려했는지 하필이면 S그룹의 직원으로 이곳에 발령받아 근무하던 이 청년을 (지금은 청년이 아니지만)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이성이 있었지만 결국 사랑의 불이 다시 붙고 만 것이다. 모든 것은 다 갖고도 항시 마음의 괴로움과 쓸쓸함을 지니고 사는 K여사는 과연 행복한 걸까? 불행한 걸까?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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