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풀릴 때는 그냥 내뷔둬유~!
살다보면 어느 때인가 ‘요즈음은 좀 이상해! 왜 이렇게 갑자기 하는 일마다 꼬이지?’ 하는 때가 있다. 평상시에는 아무 문제없이 잘 풀리던 일도 사소한 문제 때문에 일이 엉뚱하게 어긋나게 되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일상사가 문제꺼리를 만들기도 한다. ‘엎친데 덮친 다’ 는 말처럼 萬事가 꼬일 때가 있다. 이것이 바로 惡運이다. 이와는 반대로 ‘요즈음은 이상할 정도로 일이 술술 풀리네?’ 하며 즐거워할 때도 있다. 평상시 같으면 꽤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겨우 성사될까? 말까? 하던 일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척척 성사가 되고 여기저기 기쁜 소식이 터져 나온다. 이것이 바로 好運이다. 이 세상에는 氣(기)라는 것이 있다. 아니 세상 모든 萬物은 氣의 지배를 받는다. 행운이라는 기운은 陽氣(양기)라 할 수 있고 불행이라는 기운은 陰氣이다. 좋은 기(陽), 나쁜 기(陰)는 자기들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아침녘에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종일 여러 가지 기분 나쁜 일들이 연속 생긴다. 반대로 아침녘에 기쁜 일이 있으면 종일 기쁜 일들이 연속 생긴다. 이래서 사람들이 ‘일진이 좋다’ 거나 ‘일진이 나쁘다’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연속해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거나 일이 연속해서 꼬일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일이 안 풀릴 때에는 억지로 그 일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고 어떤 계기가 있을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풀리지 않는 일을 억지로 풀어 보겠다고 끙끙거리다 보면 거기에 집착하게 되고 무리수를 두는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 일이 안 풀리면 그 일은 딱 접어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어떤 변화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옛날부터 어르신 들이 항상 하신 말씀 “억지로는 안된다”를 명심하라. 두 번째, 같은 분야에 경험이 많은 스승이나 선배들을 찾아가 인생의 조언을 듣는다. 예전에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분들은 그것에 어떻게 대처 했는지에 대해 말씀을 듣다보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아마도 충고의 대부분은 “시간이 될 때까지 때를 기다려라” 일 것이다. 세 번째, 정면 돌파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병자호란 시 만주의 여진족 오랑캐가 조선을 점령할 때 쓴 전략은 북쪽에서 부터 차례차례 성들을 점령하며 내려오는 것이 아닌 강한 성들을 점령치 않고 내버려 두고 우회해서 수도 한양으로 직격한 것이다. 이에 당황하여 어버리 왕 ‘인조’가 당황하여 남한산성에 스스로 갇힘으로써 전쟁은 애초에 승패가 나버린 것이다. ‘삼전도의 치욕’은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정면 돌파가 아니어도 다른 방법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막혔으면 돌아가라’는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일이 고도의 전략이 될 수도 있음이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꽉 막힌 집채만 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으면 그 바위를 두들겨 보기도 하고 틈새에 정을 박아 깨 보려고도 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노력에 노력을 다하여도 바위를 제거할 방법이 없을 때 절망한다. 이때 절망하지 말고 길을 돌아서 높은 산에 올라가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바위가 막힌 그 길이 아닌 의외의 길이 보일수도 있는 것이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그 문제에 몰두해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문제를 애써 잊어버리고 차라리 몸과 마음을 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예전부터 필자와 상담을 해오고 계신 김 사장님 부부의 예를 들어보자. 이분들은 10여 년 전 아이들 교육을 위해 미국에 들어오신 분이시다. 처음에 방문 비자로 입국하여 E2(소액 투자 비자)로 바뀌었기 때문에 한국에 한 번 다녀오고 싶어도 나가면 못 들어오는 수가 있어 꼼짝 못하고 미국에 갇혀(?)지냈다. E2비자이기에 신분 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사업체를 유지해야 했고 계속 일정 실적을 올려야 2년마다 갱신이 되기에 적자를 보면서도 흑자를 본 것처럼 ‘울며 겨자 먹기’로 세금을 내야했다. 그래서 필자에게 노상 “학생비자로 했으면 이런 고생을 안했을 텐데 E2비자로 해서 고생이 말이 아니예요” 라는 후회를 많이 하며 한탄 했었다. 이러다보니 어떻게 해서라도 영주권을 따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취업 비자를 받아 영주권을 따면 된다”는 이민 브로커의 말을 듣고 모 업체의 직원으로 채용 된 것처럼 꾸며서 영주권을 신청했다.
스폰서를 서준 회사에 수 만 불의 사례금을 지불하고 이민 브로커 에게도 적잖은 돈이 들어갔다. 게다가 매달 회사에 얼마씩 갖다 바쳐야 했다. 직원 세금을 내야하기에 그것을 부담하기 위해서 라 했다. 이렇게 몇 년을 기다렸는데 그 회사가 망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른 스폰서회사를 찾아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그런데 영주권 인터뷰가 가까워지자 이번 회사에서는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 그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협조를 못해 주겠다고 하며 회사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핑계도 갖다 붙였다. 분에 겨워 씩씩거리며 찾아온 김 사장님 부부에게 필자 왈 “영주권 문제는 때가 되면 어렵지 않게 해결 될 것이니 그리 애쓰지 말고 신분 유지만 하면서 몇년만 기다려 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말을 안 들으시고 그 어렵게 번 돈을 그렇게 날리십니까?” 선하디 선한 김 사장님 내외가 안쓰러워 다소 역정을 냈었다. 김 사장님 사모님은 눈이 빨갛게 충혈 되면서 눈물까지 쏟았었다. 그 오랜 시간 김 사장님 내외를 그렇게도 괴롭히던 이 영주권 문제의 해결은 너무도 쉽게 다가왔다.
부모님의 걱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이 어느 날 슬그머니 통역 병으로 군대에 지원 하더니 시민권을 취득 했고 시민권자의 부모인 김 사장님 내외분은 자동으로 자격이 생겨 6개월 만에 영주권 문제가 해결 되었다. 너무도 쉽게 너무도 우습게 문제가 풀린 것이다. 10여년 세월 김 사장님 내외분을 애간장을 태우기도 하고 서러움에 눈물 쏟게도 하고, 분노에 몸을 떨게도 만들었던 이 문제가 때가 되자 맥없이 풀린 것이다. 나중에 두 분이 오셔서 “이렇게 이 문제가 해결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맨 마지막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정말 죽고만 싶었는데 그때 법사님께서는 무조건 기다려 보라고만 하셔서 속으로 ‘무조건 기다린다고 무슨 해결이 돼? 무슨 방법을 찾아야지! 하늘에서 영주권이 뚝 떨어지나?’ 라고 하며 법사님 욕도 막하고 그랬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너무 고맙습니다.” 라고 하신다. 필자는 흐뭇하게 웃으며 “욕을 하도 먹어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다만 욕을 많이 먹으니까 이렇게 배가 나와서 그게 문제입니다.” 라고 한 뒤 배를 두드리니 모두가 웃음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