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한국식(韓國式), 아들은 미국식(美國式)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강 여사님은 50대 초반의 일식당 주인이시다. 30대 중반 무렵 아들하나 남기고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뜬 후 한 눈 한번 안 팔고 아들에 올인(all-in)했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고 써비스 업종에 있는지라 이런 저런 남자들의 유혹이 많았지만 이를 깨물고 극복했다. 지금 겪는 이런 외로움쯤은 아들이 잘 자라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다행히도 아들은 말썽한번 안 부리고 잘 자라주었다. 아빠 닮아서 얼굴도 잘 생긴데다가 키도 훤칠하게 크고 딱 벌어진 어깨를 보고 있노라면 남편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 흐뭇했다 한다. 머리도 의사였던 아빠를 닮았는지 매우 총명해서 항시 학업성적이 좋았고 리더쉽도 뛰어나 주변에서 따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이런 아들이 동부 명문대에 진학했을 때 강 여사님의 기쁨은 하늘을 찔렀다.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하였고 결국 의사가 되었다. 의사 중에서도 마취과 의사가 되어 일반 의사들보다도 수입이 더 좋았다. 강 여사님은 이런 아들의 직업을 남에게 이야기할 때 ‘일반의사가 아니고 스페셜 한 특수 의사인 마취과 의사’ 라는 전치사를 꼭 달았다. “일반의사가 아니고 스페셜 한 특수 의사인 마취과 의사 우리 아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구 저쩌구” 하는 식이였다. 어떤 모임에 가서 만약 자식 이야기가 나오려하면 강 여사님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콧구멍은 벌름벌름 해진다. 아들을 자랑 할 수 있는 너무나도 기쁜 ‘아름다운 시간’이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대단한(?) 아들을 두었으니 며느리를 고르는 것 또한 시끌벅적 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 동안 수십 명의 아가씨들 생년월일을 가져와 여러 차례 궁합을 보았는데 궁합이 잘 맞는 아가씨가 나와도 타박이 많았다. 이 아가씨는 나이가 많아서 싫다. 나이가 어려서 싫다. 살이 쪄서 싫다. 빼빼해서 싫다. 학벌이 너무 높아서 건방질까봐 싫다. 학벌이 낮아 무식해서 싫다. 고향이 어디라서 싫다. 부모가 이혼해서 싫다. 엄마가 홀어머니라서 싫다(?) - 이 대목에서 필자 왈 “강 여사님도 홀어머니 아니십니까?” 라고 하자 이분 왈 “아들 하나 키우며 혼자 산 홀어머니하고, 딸 하나 혼자 키우며 산 홀어머니하고 어떻게 같아요?” 하며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을 한 적도 있는바 어찌됐든 무척이나 까다롭게 고르고 골라 후보감을 한 명 드디어 선정했고 궁합도 ‘찰떡궁합’으로 나와 드디어 대망(?)의 결혼식 준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때 강 여사님의 독선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곳 미국이 한국도 아닌데 열쇠타령이 나온 것이다.
“사(士)자 사위 얻으려면 열쇠가 3개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욕심 많은 사람이 아니예요. 예단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지참금으로 2-3억 정도만 가져오면 되지 뭘 더 이상 욕심내겠어요. 예단이야 내가 알아서 몇 가지 약소하게 적어 보내면 되지!” 라고 했다. 다행히도 신부 집이 한국에서 좀 사는 집이여서 조금 무리해서 그 지참금을 준비할 수 있다고 하며 사돈댁에서는 결혼식 준비를 어떻게 하실 것이냐? 고 하자 그 소리를 전해들은 강 여사님 펄쩍뛰며 안색을 바꾼다. “어머 참 우스운 사람들 다보겠네! 여기가 한국이야? 집을 현찰로 사주게? 다운 5-10% 정도만 하면 집을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cash로 집을 사? 다운만 좀하고 집을 사주면 지들이 다 알아서하는 거지 뭐 하러 촌스럽게 cash로 집을 산대? 참 촌스러운 사람들 다보겠네!” 라고 하며 미국식을 주장했다. 그리하고는 받는 것은 한국식으로 다 받으려고 했다.
자신이 했던 말과는 다르게 자신의 예단은 물론 큰아버지내외, 작은아버지내외, 사돈의 팔촌까지 두루두루 작은 성의표시(?)라도 해야 한다며 며느리를 은근히 압박하니 새 며느리 될 아가씨는 골머리를 앓게 되었고 조심스러워 이런 행패에도 이런저런 말도 못하고 꾹꾹 참고 분기를 누르던 친정엄마가 드디어 폭발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법이 다 어디에 있나? 자기 아들은 미국식으로 하면 되고, 며느리 될 사람은 완전히 한국식으로 다 받으려고 하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 결국 이런저런 말이 오가고 파혼이 되었다. 파혼을 하고난 뒤에도 막장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예단으로 보낸 물건 중 최소한 로렉스시계 는 돌려달라는 신부 측의 점잖은 요구에 강 여사님 억지를 쓰고 나선다. “법대로 해! 이 시계는 못 돌려줘! 우리가 정신적으로 받은 충격(?)이 얼마나 큰데 위자료라도 내주어야 될 판에 시계까지 돌려달라는 사람들이 제정신이야?” 정작 제정신이 아닌 것은 누구인데 신부 댁을 욕했다. 이런저런 시끄러운 아름답지 못한 추한 이야기 끝에 신랑신부를 소개해서 개망신 한 목사님이 나서서 겨우겨우 강 여사님을 달래고 달래서 예단으로 받은 로렉스시계 2개중 하나만 돌려주는 선에서 강 여사님은 절반의 승리(?)만을 거둔 채 막장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신부 측 어머니 왈 “LA에는 순 양아치 저질들만 산다더니 설마설마 했는데 사실인가보네! 퇴 퇴 퇴!” 라고 한 뒤 다시는 미국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용감한 강 여사님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아들 장사’ 에 나서셨다. 피눈물 흘리며 애써 아들을 키웠으니 아들 결혼으로 한밑천 땡 기겠다는 의욕이 넘쳐흘렀다. 정도가 지나친 강 여사님에게 필자 왈 “士字 사위도 옛날이야기 입니다. 취업도 못하고 벌벌거리는 士字가 있는 세상인데 옛날 생각만 하시고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아드님은 여사님 말씀대로 ‘특수의사’니까 내세울 만도 하지만 본인들끼리만 좋고 궁합 잘 맞아 잘 살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시는 겁니까?” 라고 한 즉 “잘 알지도 못하면 가만히 나 계세요. 우리아들 같은 사람 사위로 얻으려고 줄을 서는 게 한국 현실 이예요. 저번에 운수 사나와서 그런 말도 안되는(?)일을 겪었지만 현실은 현실이라고요!” 라고 해서 괜히 핀잔만 들었다. 아무튼 아들 하나로 말년팔자 한 번 고쳐 보려하는 것인지 강 여사님의 고집과 의지는 날이 갈수록 더욱더 굳어만 간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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