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궁합과 사주단자 -옛적 결혼 풍습-

2021.07.05




                           궁합과 사주단자  -옛적 결혼 풍습-  


 결혼은 제 2의 출생 이라고 할 만큼의 人生之大事(인생지대사)이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팔자가 확 펴질 수도 있고 팔자를 망칠수도 있다.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팔자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결혼이다. 그래서 옛 말 에 혼자 사는 과부에게 ‘왜 그러구살어? 팔자나 고치지’ 라는 말은 재가해서 팔자를 고치라는 말이었다. 이렇듯 결혼은 八字를 바꿀 정도의 큰 改運(개운)의 힘이 있다. 양반가의 경우 옛날에는 청춘 남녀가 스스로 만나 사랑을 꽃피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남녀칠세부동석’ 이라는 유교적 관습이 강하여 다 큰 처녀가 규방을 벗어나 외지로 나 다니는 것을 무척 꺼려했으며 부득이한 경우 천을 머리에 뒤집어써서 얼굴을 타인에게 보이지 않았고 또는 가마를 타서 外人과의 접촉을 피했다. 


양반집 처녀총각의 집에는 매파가 오고가며 중매를 넣었다. 중매가 들어오면 상대방 가문의 조상내력이나 집안내력을 제일 중시하여 보았다. 당사자의 인물 됨됨이는 그 뒤의 일이였다. 상대방의 집안 내력이나 예정 배후자의 인물 됨됨이가 맘이 들 경우 신랑 집에서 신부될 처녀의 집에 사주단자를 보냈다. 이를 다른 말로 사성단지(四星單紙)라고도 했다. 신랑 신부의 사주팔자(四柱八字)를 적고 이를 둥글게 말아서 청실, 홍실로 묶은 뒤 신부의 옷감인 비단과 이불감 등을 사주단자와 함께 신부 집에 보내면 이를 정식 청혼과 약혼으로 보았다. 이렇게 사주단자가 들어가면 만약 결혼 전에 신랑에게 변고나 사정이 생겨 혼인을 못하게 되어도 신부는 평생 다른 곳에 시집을 못가고 수절해야 했다. 


결혼식은 신부 집에서 치러졌다. 신랑은 대례(결혼식)을 위해 말을 타고 신부 집으로 향했다. 이를 초행길이라 한다. 상각을 맡은 사람이 초행길 신랑을 인도하는데 상각은 신랑의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 또는 신랑 집 어른이 맡는다. 그리고 신랑의 친구들과 함께 함 잽이라 부르는 중방쟁이가 뒤를 따른다. 함잽이는 이미 결혼을 했고 아들을 많이 낳은 이나 팔자가 좋은 이가 맡는 것이 상례이다. 함잽이는 지금 결혼 풍속에 아직 남아있는 대로 이날 얼굴에 숯검정을 바르거나 분을 뒤집어쓰는 등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는데 요즈음에는 이것이 다소 변형되어 말린 오징어로 가면을 만들어 쓰고 가기도 하는데 여기서 기인한 풍습이라 할 수 있다. 함잽이의 함속에는 신부의 옷 한 벌과 족도리, 신랑의 사모관대 나무기러기 한 쌍과 긴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인 달크락을 집어넣는다. 신부집에 신랑측이 도착하면 신부집으로 바로 들이지 않고 ‘손예방’으로 임시 모시는데 손예방은 신부집 인근의 이웃집 방을 빌려 사용한다. 


손예방에서 신랑은 사모관대를 갖추고 예복으로 갈아입는 등 신랑대기실로 쓰인다. 함잡이가 함을 신부측에 건네주면 함은 동네에서 아들 잘 낳고 부부가 오랫동안 금슬 좋게 사는 오복을 두루 갖춘 동네 아낙이 건네받는다. 함을 받은 아낙은 함을 여기저기 보며 흔든 다음 함의 네 모서리를 빗자루로 두드리고 세 번 엉덩이로 깔고 앉은 다음 함을 열고 신부의 어머니에게 건네준다. 신부집 마당에 대례상이 준비되는데 상위에는 장만한 음식과 보자기에 싼 암탉과 수탉, 청실홍실로 치장한 동백나무를 꽂아놓는다. 신랑이 도착하면 대각의 임무를 맡은 사람이 신랑을 맞는다. 대각은 신부의 오빠나 친척 등 팔자가 좋은 사람이 맞는다. 결혼식은 ‘예를 부르는 이’가 홀기라하는 예식순으로 진행하는데 홀기는 신랑하마→신부입장→ 신랑흥→ 신랑재배→ 신부사배→ 신랑주근→ 신부주근→ 신랑관세→ 신부관세→ 신랑신부 합석→ 신부입방의 순으로 진행된다. 


초야에 신부 어머니가 신방을 꾸며주는데 윗목에 술, 대추 등이 놓인 첫날상을 차려 신랑신부가 한잔하면서 얼굴을 익히고 (이때 처음으로 상대의 얼굴을 세세히 살필 수가 있다) 부끄러움을 가시게 한다. 신부는 이때 대추를 꼭 먹도록 교육받는데 아들을 낳으라는 의미이다. 대추는 한자로 조자(棗子)로 표시되는바 빨리 아들을 보라는 早子(조자)와 발음이 같아서이다. 3일 밤을 머문 뒤 신부는 친정을 떠나 시가로 향한다. 이를 신행이라 한다. 신랑집으로 떠나는 날 아침 신부가 가마에 오르면 신부 측에서 가마 주위에 굵은 소금을 뿌리며 가마 네 귀퉁이를 두드린 뒤 가마 양쪽 귀퉁이에 참기름과 머릿기름, 쌀 등을 반 숟가락씩 헝겊으로 싸서 실로 칭칭 묶은 뒤 매단다. 가마 속에는 피박(폐백) 드릴 음식을 찬합에 정성껏 담아서 넣어준다. 


신행길은 신부의 큰아버지나 작은 아버지, 오빠 등이 동행한다. 신부가 신랑집에 도착하면 신랑측에서 문밖에 ‘덕물림상’을 차려놓고 짚불을 피우고 동네무당(당골네)를 불러 공방수가 들거나 헤어지는 것을 막아달라고 기원한다. 가마의 문은 반드시 신랑이 열어준다. 가마에서 내린 신부는 신랑측이 준비해둔 실을 감은 숟가락을 함지박위에 담긴 쌀 위에 꽂아 그것을 들고 방안에 들어간다. 부유하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이다. 시가에 온 다음날 신랑신부는 먼저 조상의 선영에 피박을 하고 시부모나 가까운 친척 어른들에게 피박을 한다. 이때 신랑신부가 시부모님에게 큰절을 하면 이때 신부에게 치마를 펼치게 한 뒤 대추를 던져준다. 아들을 빨리 보라는 의미이다. 신부가 시집에 온 지 3일이 지나면 친정에 인사를 하러간다. 이때에 신랑측에서 음식을 준비하여 신부측에 보내 답례를 한다. 이때 신랑은 각오를 해야 한다. 신부측 동네 청년들이 ‘이쁜 색시 뺏아간 죄’를 물어 발목을 묶은 다음 시렁에 매달고 발바닥을 방망이로 때린다. 이때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장모가 나서서 이런저런 음식을 내주며 때리는 사람들에게 살살 때리라고 사정한다. 신랑과 신부가 이 모든 행사를 마치고 친정어머니가 해 준 ‘이바지 음식’을 가지고 시댁으로 돌아오면 모든 행사가 끝난다. 휴~우 힘들다! 이 과정을 쓰는 것도 힘든데 당사자야 오죽했겠는가?~ 그래도 옛날 풍습이 인간적인 따스함이 있어 푸근하게 느껴진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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