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보는 이유 -한 젊은 경찰관과의 만남-
예전에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분이 필자를 찾았다. 부리부리하게 큰 눈에 오똑한 코, 두터운 입술을 지닌 검은 피부의 사내였다. 안광이 강하고 꼭 다문 입에 힘이 들어가 있어 강인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자신은 한국에서 LA에 업무 차 온 사람인데 LA 사는 친한 친구가 특별히 필자를 추천하여 한 번 만나 뵙고 싶어 찾아왔다며 “OOO아시죠? 그 친구가 저와 둘도 없는 불알친굽니다.” 라고 한다. “OOO씨라면 다운타운에서 큰 한식당 하시는 젊은 사장님 아닙니까! 잘 알고말고요. 우리 단골 고객이신데!” 필자의 대답에 자신의 사주팔자를 잘 좀 봐 달라며 생년월일시를 말한다. 1977년 7월5일(음력) 巳時에 태어났다한다. 따라서 사주팔자는 丁巳年 戊申月 戊申日 丁巳時가 되었다. 운은 역행하여 丁未 丙午 乙巳 甲辰 癸卯 壬寅 辛丑으로 흐르며 대운수는 9를 쓴다.
이 사주팔자는 초년부터 운의 흐름이 강하여 남보다 일찍 출세하는 관명(官名)이 출중한 팔자이다. 40대 중반까지는 무기를 손에 들고 호령하는 형세이니 군인이나 경찰로서 높은 자리에 까지 오른 뒤 45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갈채를 받으며, 명예를 높일 운이니 이 팔자가 연예인 팔자가 아닌 이상 그때 갑자기 연예계에 대뷔 하여 인기를 얻을 리도 없고 필시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관료로서 이름을 높일 운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60세가 넘어서면 운이 단절되니 그 후에는 옛 영광을 추억하며 사는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 같아 보였다. 사주를 여기까지 살펴본 뒤 필자 왈 “어려서 일찍 관직에 나갈 운으로 보여 지고 남보다 일찍 높은 자리에 오르는 운명인데 혹시 군인이나 경찰 계통의 일을 하고 계십니까?” 라고 물은 즉 약간 놀라는 눈치더니 “경찰에 있습니다.” 라고 답한다.
“아주 일찍부터 관직에 나가는 것으로 보여 지는데 언제부터 공무원생활을 시작하셨습니까?” 물은 즉 “경찰대 졸업하고 난 직후부터니까 23세부터입니다.” 라고 한다. 이분은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쭉 자라 초중고를 졸업한 뒤 마침 그 동네에 있던 경찰대에 진학하며 전경 소대장을 거쳐 경위로 임관 일선 경찰서 조사계 에서 몇 년 근무한 뒤 동기생 중 승진이 제일 빨라 필자를 만날 당시 젊은 나이에 벌써 계급이 꽤나 높았다. “동기생들에 비해 승진도 제일 빠를 것이요, 45세 이전에 서장에 오를 것이며 어쩌면 그보다도 더 높은 자리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관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45세 이후에는 경찰을 그만두고 정치계 쪽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요, 이쪽에서도 승승장구할 운이니 국회의원도 거치고 장관도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여 집니다.
허나 본인의 나이 60세가 되면 그때까지가 인생의 절정이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욕심을 버리고 시골에 내려가 조용히 지내는 게 좋습니다. 60세 이후에 망신살이 크게 들어오니 계속 욕심을 내면 60세 직후 큰 망신을 겪고 급전 낙하하여 개망신을 겪고 그때까지의 모든 명예와 부를 다 잃어버린 후 영어의 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하는 내말을 명심 하셔서 노년에 쓰라린 경험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라고 하니 지긋이 어금니를 물더니 두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선생님 말씀에 놀랐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저에게는 야망이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했고 경찰대도 수석졸업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근무성적도 좋았고 윗 상사 분들을 훌륭한 분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저를 지원해 주셔서 동기 중에 승진도 제가 제일 빨리 나가고 있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의 꽃’이라는 서장을 거친 뒤 정계에 입문하는 겁니다. 훌륭한 정치가가 되는 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맨날 서로 물고 뜯고 추접한 짓을 해대는 썩은 정치를 싹 몰아내고 말 뿐이 아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참 정치를 해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저는 사실 이런 사주팔자 보는 것에 전혀 흥미가 없었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믿지도 않았구요! 사람이 자기 의지대로 사는 거지 운명이라는 것에 기대 살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 이었습니다. 헌데 제 친구가 함께한 술자리에서 선생님 말씀을 여러 번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 라고 무시했는데 매번 하는 말이 구도원 선생님이 예전에 어떤 일은 절대 하지 말 라고 했는데 그 말을 무시하고 강행 했다가 큰 손해를 보았고 어떤 자리에서 사업을 하면 좋다고 하여 그 자리에 사업을 벌려 큰돈을 벌게 됐다면서 안 믿을래야 안 믿을 수가 없으니 너도 한 번 가서 니 사주팔자를 보고나면 손해날 일을 없을 테이니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갔다 와보라고 하두 성화를 부려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와보기를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하며 다소 흥분된 몸짓과 표정으로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렇다. 우리가 사주팔자를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이다. 자기 자신의 그릇 크기를 알아서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기 분수껏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역학의 근본 목적이다. 물론 앞날에 닥칠 불행을 미리 알아 최소화 하고(피흉) 오는 행운은 더욱 더 큰 노력을 하여 놓치지 않고 크게 하는(추길) 것도 목적이긴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목적은 선비(士)로서 자신의 가치정도를 파악하여 자신의 그릇에 맞게 과욕을 부리지 않고 물 흐르듯이 한세상 흘러가는 것에 더 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열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옛날 희랍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는 것은 사람들이 이 말을 희화화하여 말하듯 ‘네 꼬라지를 알라’하는 식의 자기 비하적, 자기 축소적인 말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 자기 자신의 ‘참 나’ 즉 자아(自我)를 찾으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옛 선비들이나 도인들이 평생 책을 들여다보며 또는 깊은 산속에서 호흡 수련이나 명상을 통해 찾고자 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참 나’ 즉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함 이었던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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