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하기도 어렵다.
예전에 모일간지 신문 독자 기고란에 보니 전 세계 난민지역을 대상으로 구호활동을 펼치는 단체에 소속되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 한비야氏의 기고문이 있었다.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보람도 많지만 때론 어처구니없는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했다. 예전에 아프리카 남 수단 난민촌에 구호물자를 전달하러 갔었는데 그곳 난민대표자라는 청년들이 험악한 얼굴로 “맨날 콩만 주지 말고 고기를 달란 말이야!” 라고 큰소리치며 이른바 배부른 불평을 해대었다 한다. 난민들을 다 먹이기에는 예산상 너무 비싼 고기대신 영양균형을 맞추기 위해 단백질 공급원으로 콩을 계속주자 아마도 난민 분들 식성에 맞지 않았나보다. 아니면 BBQ 파티를 하고 싶었던지... 이런 난민촌의 구호를 받지 못할 때는 풀뿌리도 없어 길에서 굶어 자빠지는 자들을 구호해 놓았더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불평을 해대는 거였다.
그러면서 “니들은 언론에 우리를 핑계로 팔아 잘 처먹고 잘 살면서 왜 고기를 안주냐?” 며 욕을 해대었다나? 이분 너무 기막히고 억울해서 눈물을 쏟았다한다. 필자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다. 필자에게 상담을 하러 오시는 많은 분들이 필자는 직업상 많은 처녀총각, 싱글男 싱글女를 많이 만나니 서로 연분이 되게 이들을 소개해주면 좋지 않으냐? 는 요청 성 질문을 많이 한다. 좋은 사람 소개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부탁하는 사람도 꽤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질문에 그냥 쓴웃음으로 웃어넘기고 만다. 예전에 별 생각 없이 ‘무료로 배우자 소개합니다!’ 라는 광고를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상담하며 알게 된 처녀총각, 싱글男 싱글女 분들이 꽤나 있었고, 이런저런 분들이 ‘좋은 일 좀 하시라!’ 고 부추기는 통에 그 봉사 일을 시작했다. 십 수 년 전 이야기다.
1불짜리 한 장 받지 않고 열심히 소개를 했다. 기뻐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필자도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아뿔사! 이런저런 이유로 시달리기 시작한다. 처음 겪은 시련은 이렇게 시작됐다. “야! 이 개 xx야! 너 뭐하는 놈이야? 점쟁이 새끼가 점이나 치며 자빠져 있지 왜 결혼 상담을 한다고 나서기를 나서? 너 죽고 싶어?” 전화 너머에 살기등등한 목소리에 당황 스러웠다. “실례지만 누구신데 막말을 하십니까?“ 하니 ”나 결혼상담소 하는 사람이다. 왜? 어쩔래!” 아뿔사! 결혼 상담을 생업으로 하는 분들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거였다. 이런저런 곳에서 시달리고 나니 신물이 났다. 또 한 번은 30대 중반의 남성분이 필자를 찾아와 사주팔자를 보고나서 자신은 한번 이혼한 싱글남인데 선생님이 사람도 소개시켜 준다기에 이렇게 특별히(?)오게 되었다며 소개를 부탁한다. 이이의 기본인적 사항과 원하는 배우자상 등을 상세히 적은 뒤 접수를 해 두었다. 그런데 얼마지난 뒤 이분의 독촉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적당히 조건이 맞는 신부감이 아직 없으니 좀 기다려 보시라고 몇 번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은바 있었는데 어느 날 다시 전화가 오더니 욕부터 한다. “야 이 xx새끼야! 왜 맨날 기다리라고만 해? 언제 소개해 줄 거야. xx새끼야! 내가 좋게 이야기 하니까 내가 우습냐? 왜 돈 받아 처먹고 소개 안 해줘. xx새끼야!” 태어나서 이런 심한 욕은 처음이다. “아니? 내가 언제 돈 받았다고 그런 욕을 하십니까? 나이도 어린 사람이?” 라고 하니 “xx놈아 내가 50불내고 왔잖아!” 지 사주팔자 보고 50불 낸 것을 배우자 소개비로 받았다고 억지를 쓰는 거였다. 이런 더러운 놈 돈 받으면 재수 없을 것 같아 당장 돌려주었다. 이런 저런 깡패 같은 이들에게 시달리고 보니 당장 때려 치고 싶었다.
그런데 접입가경 이라고 점점 더 일은 꼬여간다. 어떤 여자분이 필자를 찾았다. 예전에 필자가 몇 번 상담을 해준 인연이 있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본인의 간곡한 요청으로 어떤 남성분을 소개해 주었다. 하늘에 맹세코 남자분이나 여자분 어느 쪽에서도 1불짜리 한 장 받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소개를 할 때에는 이를 분명히 했다. “저는 두 분을 소개하면서 1불짜리 한 장 받은바 없고, 양쪽의 요청에 의해 봉사차원에서 소개해 드렸을 뿐입니다. 서로를 찬찬히 잘 파악하셔서 실수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자기 소개란에 적은 내용도 제가 검증한 바 없는 각자가 자기 스스로 쓴 내용들이니까 그 진위여부는 장담할 수 없고 책임질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절대 결혼성사 이전에 돈거래 같은 이해관계는 맺지 마십시오.” 소개하고 난 뒤 레파토리 처럼 꼭 당부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소용이 없었다.
소개해 준지 한 참 시간이 지난 뒤 이분이 필자를 찾았다. 와서 이 여자분 왈 “선생님이 전에 소개해 주셨던 OOO씨아시죠? 그분이 내 돈 2만 불을 꿔가고 난 뒤 전화연락도 안돼요! 사기꾼 인 것 같아요. 선생님이 소개하셨으니까 선생님이 그 사람을 잘 알 것 아녀요? 그 사람을 찾아내서 제게 알려주시던지 아니면 선생님이 소개해서 생긴 일이니까 선생님이 그 돈 물어내세요!”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었다. 소개해 준지가 2년도 넘었는데 그동안 지들끼리 좋아 씨근덕거리고 지낼 때는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다가 지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니 필자에게 책임지라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었다. 소개해 주며 필자가 했던 말을 하니 그런 소리 들은 적 없단다. 무대뽀도 이런 무대뽀가 없었다. 이렇게 저렇게 시달리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 일을 접고 말았다.
참 신기한 것이 필자의 소개로 서로 잘 되어 결혼까지 이른 이들도 꽤나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한명도 안 빼고 하나같이 필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 온 이는 없었다. 소개를 부탁할 때 필자에게 “일이 잘 되면 잊지 않고 크게 보답해 드릴께요!” 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필자가 이 말을 믿고서 서로 잘 되었으니 소개비 내 놓으라고 할까봐 연락을 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후사 하겠다는 말을 하는 분들에게 “절대로 두 분이 잘 되어도 보답은 필요 없으니 부담 갖지 마십시오.” 라고 몇 번이나 거듭 확인해 주었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전화 한 통 없는 것인지 섭섭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시달림과 괘씸함, 좋은 마음으로 봉사해 보려고 했던 순진한 마음에 대한 자괴감 때문에 이후로도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때 소개하여 잘 살고 있는 분들의 소식을 제 3자를 통해서 듣 노라면 그런 감정이 풀어지고 계속 그렇게 잘 지내시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게 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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