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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그렇게도 미웠던 마누라인데 !

2023.07.24

        

 




                      그렇게도 미웠던 마누라인데 ! 


 박선생님이 필자를 찾은 것은 아주 오래전 1월의 어느 토요일 이었다. 정초라 무척이나 분주함을 보이던 때이다. 한 초로의 남자분이 대기실에서 한참이나 기다린 끝에 필자와 마주했다. 투박한 인상에 차림새도 후줄그레 한데다 표정마저 어두워 침울한 느낌을 주는 분이었다. 생년월일시를 물으니 갑신년 병인월 을사일 정해시로 나왔고 대운의 흐름은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 갑술로 흐르고있다. 을목일주가 인월을 월령으로하여 득령하였고 시지해수라 득지한 사주 구성이다. 처궁을 뜻하는 토의 기운이 사주원국에는 전무하고 암장년지 신금의 기무토 월지무토 일지무토 시지무토로 지장간에는 재성이 혼잡되어 있다. 전형적인 여자복 없는 팔자가 되었고, 운로의 흐름을 보니 최근에 재성을 파극하는 운이니 부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니 부부생사 이별수로 보여졌다. 허나 몹시도 침울해 보이는 이분의 심기를 염려하여 말을 돌려서 건네 보았다.


"결혼을 여러번 하셔야 하는 운명이십니다. 처복없는 팔자로 나오니 가정생활에 안정이 어려우셨을 겁니다. 최근에 부인한테 좋지 않은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라고 조심스레 물으니 아무 대답없이 한숨만 푹 내쉰다. 상담을 하다보면 여러 유형의 분들을 만나는데 이렇듯 크레믈린처럼 입을 꽉 다물고 "네 재주껏 떠들어 봐라!' 하는 식의 손님유형을 만나게 되는데 이런 손님이 상담하기 아주 껄끄러운 유형의 분들이시다. 잠시 기다려도 아무 말이 없자 하는수없이 필자가 보이는 대로 상대방 반응을 무시한채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사주로 보아 어릴 때 부모 불합하니 편부 밑에서 자라셨겠고 결혼은 3~4번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식결혼이 아닌 동거까지도 결혼에 포함시켜서 말하는 것이고 10년전 쯤 미국에 오셨을 터인데 건축계통에서 쭉~일을 해오셨으리라 판단됩니다.


최근에 선생님의 운으로 보아서는 가정에 큰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라고 재차 물으니 역시 입을 꽉 다문 채 필자를 뻔히 쳐다보기만 한다. 눈에 힘이 꽉 들어찬 것이 필자를 노려보는 듯이 보여 필자도 은근히 부아가 났다.  "제 상담이 맘에 들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면 그냥 돌아가십시요. 상담료는 필요 없습니다." 라고 한 뒤 필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갑자기 이 양반 당황한 듯 "아! 아!...... 아닙니다. 제가 제 감정을 억제하느라고....... 대답을 못했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였다. 필자가 오해를 한 것이다. 눈물을 참으려고 어금니를 꽉 물고 있었으며 눈에 힘을주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쓴 것이 필자에게 불만이 많아 대답을 않고 노려 보고만 있는 모습으로 비쳤던 것이다.


이분은 경기도 이천 분이다. 어릴 때 고주망태가 되어 세월을 보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어머니는 이분 어릴 때 일찍 집을 가출한 뒤 소식이 끊겼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쫓아다니며 목수일을 배웠고 학업은 일찍 중단되었다. 아버지 피를 이어 받아서 또는 일하는 터의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이분도 술에 젖어 사는 날이 많았고, 몇 명의 여자와 살림을 차렸으나 모두 예전에 이분의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죄다 도망가고 부평초 처럼 이곳저곳 공사현장을 떠돌며 살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원양어선 배를 타게 되었고 몇 년 뒤 미국에 배가 정박한 틈을 타 배에서 몰래 내려 무작정 눌러 살게 되었다. 신분문제도 해결안 된 채 어렵게 여러 해를 지내다 10년 전 쯤 신분 해결을 위해 별로 맘에 들지않는 지금의 부인과 결혼하게 된다. 


처음부터 사랑으로 시작한 처지도 아니고 성격도 서로 너무 달라 노상 다투며 살아 왔고 부부싸움 중에 폭력 문제로 몇 번 경찰에 잡혀 가기도했다. 그렇게 원수처럼 지내던 중 작년에 갑자기 부인이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 중 사망하게 된다. 너무나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이분 말을 빌자면 "원수 같던 마누라가 죽으니 솔직히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시원 섭섭한 감정 이었다고나 할까 또 둘 사이에 자식도 없으니 재산도 모두 내 차지가 되니 좋다는 사악한 생각도 했는데 마누라 장래 치르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이 이상해지는 겁니다. 밥상을 차려 밥을 먹으려고 할 때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납니다. 밥 먹을 때도 앉아서 마누라가 잔소리를 해대던 것이 습관이 되서 그런건지...... 아니면 너무 못해준 것이 후회가 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하무튼 밥 먹을 때만 되면 눈물이 쏟아지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한 뒤 눈물을 참으려는 듯 허공을 쳐다본다. 필자가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부부간에는 아무리 사이가 나빠 싸워도 그 깊은 바닥 속에는 애정이 남아있다. 평소에 자신 또한 느끼지 못하는 이런 애증의 감정이 사별 뒤에 갑자기 나타나는 예이다. 현생에 지나치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깊고 긴 인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는데 하물며 한집에서 한 이불 덮고 살을 섞고 사는 부인과의 인연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긴 수억년의 인연을 거친 사이 라야 가능할 것이다. 


이런 깊고도 깊은 긴 세월, 전생의 연을 딛고 현생에서 만난 부부가 하루살이 마냥 짧고도 짧은 현생의 생 속에서 사랑하고 아껴주지는 못할망정 물어뜯듯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미워하며 아까운 삶의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또한 서로 으르렁 거리며 증오 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지지도 못하고 서로의 아까운 기운을 소진하고 금쪽보다 귀한 시간을 허비하며 사는 모습은 너무도 불쌍하다 할 수 있다. 이제 부터라도 이런 대국적인 크게보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측은지심'을 가져보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따지고 보면 모두가 불쌍한 중생이다. 서로 가엽게 여기고 대범하게 품고 살자!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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