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순응하며 사는 지혜
운명이란 무엇인가? 운명 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로만 정의해 본다면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초자연 적인 위력에 의해 지배되는 인간의 신상에 닥쳐오는 길흉화복'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서양의 옛 성현들은 운명에 대하여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고 어떤 언급을 하였나를 살펴보는 것이 운명에 대하여 좀더 정확한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 경전[코난]에서는 운명을 "사람은 제각기 자기 운명을 목에 걸고 살아간다." 라고 언급하였고, 릴케는 “인간은 운명을 피하면서 운명을 동경한다.” 라고 하였으며, 악성 베토벤은 이렇게 절규했다. "나는 운명의 목을 졸라 버리고 싶다." 라고.. 괴테의 경우 "인간은 자기 일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의 밑바닥 에서는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였다.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사람이 운명에 순응하면 운명이라는 놈에게 업혀서 가고 반항하면 질질 끌려서 간다.” 라고 말하고 있다. 즉 운명에 순응하며 사는 삶을 역설한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다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어떤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어떤 초자연적 힘이 있어 우리네 인생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느낌을 나이가 들어 갈수록 누구나 느끼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과학이 발전된 시대에도 그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서양에서는 그 초인간적인 힘을 우주를 탄생시킨 창조주로 보고 기독교가 탄생하였고, 동양에서는 하늘과 땅 즉 대자연을 숭배하는 사상을 모태로 다양한 학문과 토속 신앙들이 발생했다.
운명을 알기 위해 옛 성현들은 무수히 많은 방법을 동원하여 '미래 엿보기' 를 시도 하였다. 특히 농경사회인 중국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돋보였는데 그 기본적인 틀은 서자평의 "연해자평" 에서 완성되고 그 후 수많은 석학들의 노력에 의해 그 이론이 발전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양에서는 호로스코프 점성술에 의해 인간의 운명을 예측하는 기법이 발달해 왔는데 성좌별에 의해 성격, 직업, 상성, 운세 판단하는 기법이 매우 풍부하게 연구 성립되어 왔다. 동양에서는 서양의 호로스코프에 해당되는 칠성사여 점성술이 원나라때 징기스칸을 보좌하여 천하를 장악하게한 대학자 야율초제에 의해 절정기를 맞이하나 그 후 급격히 위축되게 된다. 이 칠성사여 에 대체된 것이 당말 송초에 창안된 학문인 사주명리학과 자미두수법이다. 그 후 송,명,청조에 이르기까지 명리학이 주류를 이루며 발전하게 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은 실로 많은 것이 있는데 이를 대괄적으로 분류하면 명,복,상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명(命)이란 그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바탕으로 하여 살펴보는 것이며 복(卜)이란 단순히 어느 한 사건의 경과와 성패를 점치는 것이고 상(相)은 어떤사물의 모양새로서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영감으로 점치는것 특히 영혼의 힘을 빌려서 점치는 것을 통령(通靈) 이라하여 신비학으로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외에 선에 의한 방법이 있는데 수행과 수양을 통하여 인간의 숨은 능력을 개발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불도의 고승이나 도가의 수련의 경지가 높은 이들이 행할 수 있는 기법이다. 하지만 뭐라해도 이중에 가장 근간이 되는 기법은 생년월일시로 운명을 예측하는 명리학이다.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고고성을 울리는 그 시점의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의 여덟글자의 배합으로서 그이의 운명을 예측하는 기법인데 음양오행의 우주자연법칙 즉 태양계순환의 원리를 인간의 운명에 대입하여 풀어낸 정교한 자연과학이자 통계학이라 할 수 있다. 이 명리학을 어느 학문군에 속하는 학문인가를 설명 하자면 옛날 선비들이 기초교양 과목으로 공부하던 사서(대학,논어,중용,맹자) 삼경(시경,서경,역경)중 삼경의 하나인 역경에 해당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옛 선비들의 덕목은 자신의 그릇 크기를 알고 운명이라는 흐름에 순응하며 탐욕 하거나 성내지 않고 자족하는 삶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았다. 이러한 자세를 옛 선비들은 역경을 통하여 익혀갔던 것이다. 조선조에는 명경과라는 과거 시험을 통하여 이 학문에 능한 자를 선발하여 관리에 임명 하였는데 이 명리학이 실용학문의 근간을 이루었다 할 수 있다. 글 공부한 옛 선비들의 결혼 풍속에는 사주단자가 오가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자신의 자녀들의 사주팔자를 상대 집안에 미리 보내어 그 사람의 성품과 건강,인격 등을 가늠해 보고 자신의 자녀에게 결혼 생활에 있어 상대방은 이러이러한 성품과 건강 기질 등을 가지고 있으니 너는 이렇게 상대 하여야 한다는 등등의 기초교육을 시키는 측면이 강하였으니 실로 삶의 지혜가 돋보이는 하나의 결혼 풍습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예부터 우리조상은 24절기에 대해 깊이 통찰해 왔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한식, 곡우,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1년의 24절기는 우주의 별자리 이동 만큼이나 정확히 이에 따라 오고간다. 이에 따라 천지의 모든 기운이 그때에 맞춰 변해가는 것 이듯 우리 인생의 절기도 이와 같이 태어나고 자라고 기운이 성하고, 기운이 쇠하고, 병들고, 죽어간다. 인간의 운명도 이런 자연의 이치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다. 다만 이런 운명의 흐름을 미리 알고 자신의 그릇 크기를 알아 무리하지 않고 인생이라는 운명에 순응하며, 한세상 흘러가는 지혜를 주는 것이 명리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미래를 알고자 하는 지엽적인 목표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운명 속에 자신을 알고 이를 통하여 운명에 순응하는 도를 깨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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