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서는 설레던 마음이 뚝 멈춘다. 무대 밖으로 나가는 강산을 보며 어리둥절 해 한다.
잠시 효식의 안내 소리가 들린다.
효식: 네 김 강산님의 ‘거룩한 성’ 진짜 멋있었죠? 우리 다 같이 박수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순서는 계획에 없던 것인데요 저기 먼 미국에서 날아온 우리 친구가 깜짝 순서를 준비했답니다. 함께 기대해 보기로 할까요?
희주가 기타를 들고 등장한다.
희주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기타를 튕기며 팝송을 부른다.
영서는 그 특별한 모습을 보고 놀라웠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산을 생각하며 강당을 나온다. 어둑한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교정을 비추이고 있다. 두리번 두리번 강산이 어디있을까 애타하며 교정 밖 계단을 뛰어 내려온다. 무슨 일 일까? 강산이 왜 울먹이며 그곳을 나온 것일까? 어디 아픈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교문을 나섰다.
저 앞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달빛에 비추이는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
저 어 ~ 거기 김 강산 이에요? 강 ~ 씨 맞죠?
영서는 숨찬 목소리로 화났다는 듯이 강산의 이름을 부른다.
잠깐만요. 거기 서요. 나 숨찬 소리 안 들려요?
영서는 빠른 걸음으로 내리 달리며 강산의 앞에서 두 팔을 벌리며 강산의 앞을 막아 선다.
영서: 이렇게 그냥 가면 안되죠. 아직 다른 순서도 남았는데... 그냥 혼자서 이렇게 가면 어떡해요.
강산: 내 순서가 마지막이었잖아요. 그래서 마치고 나온 것 뿐이라고요.
영서: 그러니까 우리 모두 고생 많이 했잖아요. 그 고생의 보답을 서로 해야잖아요. 우리.
강산: 나는 괜찮아요. 이것으로 충분해요.
영서: 나는 안 괜찮은데요. 솔직히 말하면 오늘의 가장 하이 라이트였다고 생각해요. 강산씨의 순서가. 그래서 강산씨가 계속 있어야 한다고요.
강산 : 나는 통행금지가 엄격해요. 우리 집에서는.
영서: 어머 여자인 나도 오늘 만큼은 프리인데 남자인 강산씨가 통행금지라니요.
강산: 그쪽은 여자든 남자든 나랑은 상관없어요. 나는 내 집안일이라구요.
영서: (호 호 웃으며) 유우머가 참 특이하시네요. 그럼 오늘은 내가 부모님 만나 뵙고 통행금지령을 풀어 달라고 해야 겠네요.
강산: 나 농담 아니에요. 농담 같은 거 못하는데 농담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순식간이네요. 그래서 우리 여기서 갈 길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쪽으로 영~서 양은 그쪽으로 가고.
영서: (또 호호 웃으며) 정말 재미있어요. 인정 할게요. 아주 엄격한 시간 법률주의라는 것. 내가 놓아주죠. 오늘만. 저어 우리가 계획한 것이 있는데 그 내용을 의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만나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내일 꼭 우리 학교에 와 주세요. 4시까지.
강산: 글세요.
영서: 꼭이에요. 경석이도 함께 할 것이니까. 내가 경석이에게 강산씨 연락하라고 할게요.
강산: 내가 연락할테니 그럼 영서 네 연락처를 나에게 줘.
영서: 어머 이젠 반말로 말하네~요.
강산: 우리 같은 학년이니 이제 반말해도 될 것 같아서.
영서: 그럼 나도 반말로~ 알았지 김 강산. 내일 꼭 연락해 줘. 우리 집 번호는000-0000.
(수첩에 적어서 강산에게 준다.)
다음날 영서는 강산의 연락을 기다렸으나 강산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가을의 밤은 지나간다. 빨갛게 물들은 단풍이 바람에 떨어지며 길가에서 흩날린다.
노오란 은행잎은 길위에 쌓이고 은행 열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 주 고약한 향기를 안겨준다. 코를 막으며 피해가는 그들에게 은행잎은 살짝 손을 흔들며 어서 피해가라 재촉한다.
겨울의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얼굴을 차겁고 따갑게 스치는 바람에게 겨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영서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그룹 미팅을 하였다. 경석과 친구들도 함께 왔다.
영서: 경석 오빠 혹시 강산에게서 연락 안 왔어?
경석: 아니. 난 다 알고 있는 줄 알아서 따로 강산에게 전화 하지 않았지.
영서: 음 나에게 연락한다고 전화번호까지 갖고 갔는데. 오늘 연락도 못 받아서 혹시 그냥 오려나 했는데.
경석: 내가 한번 더 연락해 볼게. 내 학교 친구들도 그렇고 이번 문학의 날 행사를 아주 좋아하더라. 다음에도 이번처럼 행사를 했으면 하더라고. 우리 학교에도 적극 추천한다고 하면서.
미연: 어머 그래요? 그럼 우리도 남학교 방문을 할 수 있게 되나요?
효식: 글세. 그게 가능할까?
나도 이번 행사가 참 유익했어. 그리고~ 그래... 희주 정말 깜찍했지.
미연: 언제 그런 앙큼한 계획을 세웠지?
희주: 뭐 그게 대단하다고 다들 그래? 오히려 여기 한국에서 팝송을 더 좋아하지 않나? 영서도 팝송 많이 듣는 것 같던데.
영서: ....
효식: 영서야 너 무슨 고민 있니?
미연: 그래. 강산이 너무 아쉽다. 왜 연락이 안되는 거야?
효식: 그래. 그립다. 강산이 보고 싶다.
(강산의 집)
경석이 집에서 강산에게 전화를 한다.
따르르릉 전화벨이 몇 번이 울려서 전화를 받는다.
강산 어머니: 여보세요. (조금 숨찬 목소리이다.)
경석: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강산 친구 홍 경석이라고 합니다. 강산이 집에 있나요?
강산 어머니: 아 강산이 지금 집에 없는데. 도서관에 있을 겁니다. 왜 무슨 일이지요?
경석: 네 어머니. 다름 아니라 ~ 아닙니다. 제 연락처 드리겠습니다. 강산에게 전해 주셨으면합니다.
강산 어머니: 그렇게 하지. 전화번호가000-0000. 내가 전해 줄게요.
경석: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강산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어머니: 마침 잘 왔다. 네 친구 경석이라고 하는데. 옛다 전화번호.
강산: 뭐라 하던가요?
어머니: 아니 무슨 말 하려다 말고 이 번호만 주는구나.
강산: 네 에.
어머니: 너 어 혹시 노래 하는 친구냐? 지난 주말에 음악회 갔다 와서는 네 기분이 안 좋아 보여.
강산: 아버지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