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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우리들의 이야기 95

2018.04.18

겨울: 그런 건 업무 시간에 해야지. 다들 집에 갔는데.

여름: 아침에는 무척 바쁘다는 것 우리 검사부 부장님께서도 잘 알 텐데요?

겨울: 바쁜 시간에도 잘 하는 게 프로 아닌가!

여름: 또 핀잔!

겨울: 오늘 내 차로 집에 데려다 줄게. 함께 저녁도 먹고 가자.

여름: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데. 너랑 저녁 먹기는 힘들 것 같다.

겨울: 그래? 그럼 차만 타지 뭐.

저녁 바람이 스산하니 차갑다. 금방 날이 어둑하다.

여름의 집 앞 (작은 주택 단지 울타리 담이 있음)

날은 어두워 밤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울타리 담에는 노오란 개나리꽃이 가로등의 불빛에

더 밝은 노란빛을 반사하고 있다.

여름: 고마워. 다음에 맛있는 저녁 먹자.

겨울: 왜 오늘 집에 일찍 왔어야 하는데. 돌볼 동생도 없고 부모님 부양할 그럴 연세도 아니실 테고,

여름: 제주도에서 작은 할아버지, 할머니 오신다고- 우리집 대어른이시거든.

겨울: 종갓집 시대는 지났는데.

여름: 그래도 아직 우리집은 엄격해.

겨울: 그냥 헤어지기 싫은데. 오늘 처음으로 단 둘이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

여름: 전화나 미리 알려줘.

겨울: 그럴 사이는 아니잖아 우리.

여름이 들어가려 문을 열려고 한다.

겨울: 잠간만. (울타리 문을 열려고 하는 여름의 손목을 잡으며 옆으로 몇 걸음 옮긴다.)

겨울이 여름을 울타리에 기대어 뭔가 하려고 제츠추어를 하는데

쩌렁쩌렁 할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작은 할머니: 아이구 영감. 이제는 그만 투덜대슈. 다들 바빠서 그러는데 무슨 마중을.

할아버지: 아무리 바빠도 공항에 나왔어야지. 내가 누군데.

할머니: 내가 나오지 말라고 그랬슈. 번거롭기만 해서.

울타리 문을 열고 들어가며 안쪽으로 걸어간다.

여름: 할머니 할아버지 오셨어. 나 빨리 들어가야 돼.

겨울: (여름을 꼭 붙잡고 놓지 않는다.) 여름아!

여름: (겨울을 본다)

겨울: (여름을 응시하다가) 조금만 더 있자. 이렇게 가까이.

(겨울은 양손으로 여름의 얼굴을 감싸며--- ~~스 한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겨울의 입술이 여름에 닿는 순간 아늑함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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