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줄래? 내가 한번 찾아보고 피아노도 좀 쳐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윤영은 계속 피아노를 치면서 옆에 있는 진혁을 올려다 본다. 진혁은 아무 말이 없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진혁을 보다가 윤영이 실망한 얼굴로 “ 아무 대답이 없네. 내 말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하는 수 없지. 승애야 너 솔로 나오는 합창곡 연습 많이 했니? 나 여기 악보 있는데 한번 해 보자.”
윤영은 악보를 조금은 세게 넘기면서 작은 한숨을 내쉰다.
윤영: “여기 있다.” 윤영이 손을 살포시 피아노 위에 얹으며 악보를 따라 연주를 시작한다.
조금 있으려니 진혁이 윤영의 왼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윤영이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그 옆에서 손을 올려 건반을 한 음 한 음 누르는데 그다지 나쁘지 않다.
승애는 윤영이 옆에 삐딱하니 서서 한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건드리는 진혁의 모습이
오히려 왠지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진혁의 모습을 차근히 보고 있는데 윤영이 갑자기 ‘딱’ 하면서 피아노를 멈춘다.
윤영: “승애야 너 여기서 솔로 들어가야지. 지금 어디 보고 있는 거니?”
하면서 승애를 올려 보아 승애는 깜짝 놀라는 듯 몸을 바짝 세우고 윤영과 눈을 마주친다.
승애:“ 아. 그래 알았어. 나는 네가 그냥 피아노 연주만 하는 줄 알고.
네 피아노 연주가 참 아름다워서 넋을 잃었나봐.(머슥하게 웃음지으며) 그냥 그렇게 연주만 하지~~.”
윤영: 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정식으로 한번 불러 봐. 너의 아름다운 목소리 좀 들어보자.
윤영이 다시 피아노 전주를 한다.
승애는 자신의 솔로 부분이 가까워지면서 왠지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오늘 처음으로 본 진혁이 옆에 있기도 하고 또, 졸업식에서 노래를 한 진혁의 그 모습이
잠시 스쳐 지나가면서 더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어 소리를 내었다.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노래를 시작하는데 윤영이 눈을 크게 뜨면서 승애에게 소리없이 ‘크게~’라고 입모양을 한다.
잠시 그렇게 조그마한 소리를 내고 있는데 진혁이 옆에서
그 노래를 자신의 파트로 화음을 넣는다. 윤영이 방긋이 웃으며
윤영: “승애야 진혁이 지금 화음 넣잖아. 참 좋다. 너도 어서 자신 있게 해봐.
다른 때는 잘 하면서 오늘은 박자가 안 맞네. 떠듬떠듬 목소리도 그렇고 노래를 하는 건지 잘 안 들려.”
승애: ~ ~ ~ (용기를 내 보려 하지만 목이 열리지 않는다.)
윤영: 승애 너~
진혁: 그래서야 합창제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목소리가 작아서 솔로를 할 수 있겠냐 말입니다.
승애: (몸을 휙 돌리며) !!! 아 배고파. 윤영아 나 배고파서 못 견디겠다.
밥 먹으려고 하는데 네가 전화해서 급한 일 생긴 줄 알고 그냥 뛰어 왔더니 허기진다. 기운도 없고.
윤영: 어머! 그랬니? 그럼 저녁 먹을래? 아마 집에 먹을 밥 있을 거야.
우린 밖에서 먹고 와서.(부억 쪽으로 들어간다.)
어디 보자~ (여기 저기 살펴본다.) 승애야 라면 끓여 줄까?
진혁: 좋지. 내 것도 같이 .
윤영: 오케이 발이.
승애: 안되겠다. 난 집에 가야겠어. 집에서 할 일이 좀 있어서.
의논할 얘기는 학교에서 하기로 하자.
윤영: 금방 배고파서 죽을 것 같다더니 갑자기 집에 간다고 하니 무슨 변덕이야.
승애: 참 윤강 오빠 언제 유학 가니? 유학 간다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은 들었는데.
내일 당장 가는 건 아니지?
윤영: 우리 오빠 유학 가는 건 나도 확실히는 모르겠어. 나도 날짜는 아직 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