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

2025.05.15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May 15, 2025)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


오늘 병원 응급실 침대에 어느 백인 할머니가 홀로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어떤 일로 응급실에 오셨냐고 물어 보니, 할머니의 첫 마디가, “나는 95살이다. 이제 사는게 괴롭다. 나는 세상 다 살았고, 이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 물어 보았더니, “우리 영감도 죽고, 자녀들도 다 독립해서 살고 있고, 가까운 친구도 없는데 더 살아 봐야 뭣하느냐? 하나님이 노년기의 고통을 겪게 만들어 놓은 것은 하나님의 실수”라고 했다. 나는 할머니의 기분을 좋게 해 주려고, 우리 교회의 Betty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우리 교회에 Betty라는 93세 되신 할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내 나이 93세인데 왜 안 죽고 살아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하나님이 내가 천당에 오는 것을 원치 않으시거나, 마귀가 내가 지옥에 올까 봐 겁을 먹어서 내가 아직 여기에 있는 것 같다.”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


그 할머니는 “사람이 얼마만큼 살았으면, 하나님이 “유통기한 만료”라는 도장을 찍어서 죽게 만들면 좋았을 뻔 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나 같은 사람이 지루하게 삶을 연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더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내 남은 목숨을 주고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된다”고 했다.


나는 “미국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Karl Menninger는 92살까지 살았는데, 사람들이 메닝거 박사에게 “인생살아 오면서 최고 좋은 날이 언제 였어요?”하고 물으면, 메닝거박사는 늘,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요”라고 했다고 하며, 기분을 전환시켜 주려고 하던 중, 의사가 들어와 할머니와 얘기하려 하자 나는 자리를 비켜 주어 병실을 나왔다.


그 다음 병실에 갔더니, 55세의 젊은 멕시코 남자가 죽음직전에 있었다. 간호사가 통역사에게 “환자가 곧 돌아 가실 것 같다”고 하니, 스페인어 통역사가 가족들에게 스페인어로 통역을 하니, 환자의 아내와 청소년 나이의 네 자녀가 침통한 표정으로 울음을 참고 있었다.


환자는 루게릭 병으로 알려진 ALS병으로 신경근육무력증으로 몇 해 앓아 왔으나, 가족들에게는 그의 죽음이 큰 충격과 슬픔으로 느껴져,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죽어 가는 남편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고, 십대 후반인 큰 아들은 의자에 쓰러져 울고 있고, 열다섯 정도의 둘째 아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다리를 흔들며,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하며 괴로와 했다. 내가 손으로 그의 등을 다듬어 주며 위로를 해 주었으나, 별로 도움이 못 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할머니는 생생하게 살아 있고, 더 살아야 하는 젊은 아버지는 죽어 가고 있으니,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마음이 복잡해 졌다.


나는 가족들을 위로하는 뜻에서 기도를 해 주었으나,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자신이 없다. 더 이상 오래 머물러 있는 것도 멋 적어서,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왔다. 


한국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이 고달프고 슬프더라도, 아직 살아 있는 것이 큰 축복임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는 우리 교인이 페이스북에 “오늘 감옥에 갇혀 있지 않고, 정신병원에 갇혀 있지 않고, 무덤 속에 갇혀져 있지 않으면, 오늘은 상당히 좋은 날”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Ralph Waldo Emerson은,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발견할 줄 아는 것이 정신건강의 척도”라고 했다. (The measure of mental health is the disposition to find good everywhere. -R.W. Emerson) 


성경에서는, “항상 기뻐하라. 끊임없이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안에서 너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니라.”고 했다. (데전 5:16-18) (Rejoice always, pray without ceasing,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 for this is the will of God in Christ Jesus for you. -1Thessalonians 5: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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