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May 15, 2023)
"목회자는 학위보다는 인품이 더 중요"
요즘 미국에서는 머리 좋은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버는 의사나 변호사, 엔지니어등과 같은 직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입이 많지 않은 목회를 직업으로 택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신학교육을 받은 목사들이 부족하여, 평신도를 단기 교육시켜 평신도 사역자들에게 교회를 맡겨 주거나, 한국을 비롯하여, 인도, 필리핀, 아프리카에서 목사를 수입하여 쓰기도 한다.
시인과 종교인은 국경을 초월하여 사해동포주의를 추구하므로, 인종과 문화를 넘어서 모든 인종의 화목을 추구하는 타인종 목회를 하는 것도 바람직한 면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가끔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타인종 목회를 하는 한인목사들이 미국인 교인들에게서 인종차별적인 대우를 받거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아는 김목사님은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 대학에서 기독교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이혼을 하고 위스칸신의 미국인 시골 교회 목회하러 오셨다. 그 분은 담배를 즐겨 피시길래 건강을 위해 금연을 하시라고 말씀 드렸더니, 웃으시면서, “천당에 빨리 가면 좋지 뭐”하시며 계속 담배를 피셨다.
그 분은 박사학위가 있고 교수생활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지 미국인 교회 목회 초년생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순순히 받아 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 교회에 미국인 은퇴목사가 김목사님에게 미국인 교회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해 주려고 하면, 김목사님은 자기에게 조언을 하는 은퇴목사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나는 속으로 불안해 졌다.
컴퓨터 실력이 많은 김목사님은 은퇴 목사가 자기에게 이멜로 조언을 해 와서 짜증이 나서 그 은퇴목사의 이멜을 차단시켜 버렸다고 내게 말할 때 나는 김목사님의 목회생활에 어두운 구름이 덥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친구의 음성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의 음성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고,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도 있듯이, 목사가 교인들의 음성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어디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것인가?
교인들의 말을 무시하고, 차단했던 김목사님은 교인들로 부터 좋은 평을 받지 못해, 목회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미국인 감리사로 부터, “김목사님은 우리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소속 목사가 아니므로, 파송을 보장받을 수 없소. 이제 한국으로 돌아 가셔서 일자리를 알아 보시오”라는 말을 들었다. 김목사님은 한국에 가서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베트남 선교사로 지원해 갔다가 거기서 심장마비로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반면에, 장목사님은 평생 한인교회에서 목회하시다가 처음 미국인 교회에 파송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장 목사님은 미국인 교인들에게 처음 부터 솔직하게 “나는 한국인 교회 목회만 했기 때문에, 영어가 서툴어서 교인들이 저를 좀 도와 주셨으면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더니, 미국인 교인들이 예배인도와 광고, 어린이 설교도 맡아서 해 주어, 목사님은 짧은 영어 설교만 했다고 한다.
사모님과 목사님이 꽃을 갖고 양로원 심방을 하고, 늘 웃으며 겸손하고 친절하게 교인들을 대했더니, 미국인 교인들이 목사님 부부에게 비행기 표를 사 주며, 한국에 휴가 다녀 오시라고 했다는 말을 장목사님 통해서 들었다. 장목사님은 그 미국인 교회에서 8년간 미국인 교인들로 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은퇴하여, 지금은 캘리포니아에서 은퇴생활을 즐기시고 계신다.
한국인 목사가 미국인 교인들로 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목사의 권위와 학벌을 내세운다고 미국인 교인들이 존경하는 것은 아니고, 말을 번지러러 하게 잘 한다고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영어가 좀 서툴어도 겸손하고 온화한 인품이 미국인 교인들로 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사람들이 나를 비판할 때, “왜 사람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나를 괴롭히냐고 생각하는, 비열한 망상에 빠져 들지 말게 하소서”란 기도를 했다. (Let me never fall into the vulgar mistake of dreaming that I am persecuted whenever I am contradicted. -R. W. Emerson)
미국인 교인들이 말과 문화가 다른 한국인 목사들에게 불만을 갖고 불평이나 비판을 할 때 기분이 상하여, 미국인 교인들을 “인종차별을 하는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지만, 교인들의 불평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기울일 때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