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일찍이 출셋길로 들어서는 팔자

2019.12.31



            일찍이 출셋길로 들어서는 팔자


 필자의 오랜 고객이신 엄여사님께서 아들에 대해 묻고 싶다 하시며 필자를 찾았다. 이 아들의 사주팔자는 아들이 대학시절부터 몇 번이고 봐온 적이 있어 낯설지 않은 사주팔자이다. 예전에 필자가 “아드님의 사주팔자 구성은 견고하여 크게 출세하게 될 팔자입니다. 아마도 대학 졸업 직후부터 관운이 강하게 드니 관록을 먹게 될 사주라 봅니다.” 라고 진단한바 있었다. 

 엄여사님의 아들은 1976年 9月 15日 (양력) 새벽 4시경 미국에서 태어났다. 음력으로 8月 22日生 이다. 고로 사주팔자는 丙辰年, 丁酉月, 庚午日, 戊寅時가 된다. 운로는 순행하여 戊戌, 己亥, 庚子, 辛丑, 壬寅, 癸卯 로 흐른다. 대운수는 3이며 따라서 3세, 13세, 23세, 33세, 43세, 53세를 기점으로 운의 흐름이 바뀌게 되는 命이다. 

 이 사주팔자는 년간 丙火가 편관에 해당되는데 이것이 일지(日支) 午火에 제왕(帝旺)이 되고 시지(時支) 寅木에 장생이 되며 월간 丁火 정관은 일지 午火의 건록(建祿)이 되어 정관과 편관이 모두 왕성하다. 하지만 庚金(경금) 일주가 金(금)이 왕성한 절기에(酉月) 태어났고 연지 辰土(진토)는 습토여서 신약이지만 왕성한 관살과 중화되어 있는 잘생긴 사주팔자이다. 

 따라서 23~32세를 나타내는 庚子 대운에 관제로 진출하여 계속 승승장구 할 것이고 33세~42세를 나타내는 辛丑 대운에는 명예를 거머쥐는 기세가 대단할 것이다. 


 엄여사님이 찾아오신 시점은 아들의 운이 이 辛丑 대운이 진행되는 때였다. “우리 아들이 법사님 말씀대로 법과대학을 졸업 후 변호사 자격을 따고나서 유명 로펌에 취직이 되었을 때 법사님께서 ‘이 아이는 아마도 나랏밥을 먹게 될 겁니다.’라고 하셨는데 법사님 말씀대로 검사가 된 것은 법사님도 잘 아시잖아요? 이후 예언해 주신대로 계속 승승장구 해왔는데 이번에 아주 큰 인사이동이 있는 모양이에요. 이번에 꼭 승진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라고 하신다. 

 필자가 아들의 사주를 찬찬히 일람한 뒤 이이의 운을 짚어보니 ‘가인지점’의 운이 짚혔다. ‘용생두각 연후등천’의 운이니 ‘용이 대가리에 뿔을 달고 승천하는 기상’이다. 관록의 운이요 합격의 쾌상이다. 필자가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운을 짚어보니 용이 대가리에 뿔을 달고 승천하는 것으로 나오니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라고 답하자 덥석 필자의 손을 잡으시고 “법사님 아이고 고맙습니다.” 라고 하며 흔드시는데 필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웬고하니 필자는 평소에 글을 너무 많이 쓰는 사람이어서 직업병이 하나 있는데 바로 글을 쓰는 오른손이 자주 매우 아프다는 사실이다. 그 아픈 손을 꽉 쥐고 흔드시니 마주보고 미소를 지어드려야 하는데 아파서 인상이 써진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손등에 힘줄이 터져서인지 매우 아프고 저리다가 딱딱한 혹이 부풀러 올랐다. 모 한의원에 가서 이것을 째고 혹을 짜냈는데 샛노란 기름 덩어리 같은 것이 엄청 나왔다. 하지만 짜내도 금방 다시 부풀어 올라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TV광고에서 손, 발 전문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광고를 보고 한 병원을 찾았더니 “수술을 해야 하며 수술해도 다 낫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하는데 손등 한번 째는데 수술비용을 4500불을 달라고 한다. 한의원에서 째고 혹 짜는데 60불씩 드렸는데 이분은 양방의사라서 그런지 엄청 큰돈을 요구했다. “수술하지 말고 그냥 간단히 기름만 짜내면 안될까요?” 라는 필자의 말에 갑자기 인상이 차가워지며 주사기를 실습생에게 가져오라하더니 혹은 만져 보지도 않고 주사기로 찔러 대강 (그것도 아주 쪼그만 양만...) 빼내더니 가라고 한다. 그리고 600불 내란다. 오면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아니고 ‘가슴이 차가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고질병은 우연히 치료 됐다. 필자의 고객이기도 한 여사장님이 운영하는 로데오 갤러리 2층 건강용품점에서 피 순환을 도와준다는 기(氣)팔찌를 사서 차보았는데 어느 날 보니 나도 모르게 혹이 없어졌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글을 보시면서 혹시나 구도원이가 그 사장님한테 뭘 단단히 얻어먹고 여기다 선전(?)을 하나보다! 라고 의심하시면 정말 억울하다. 나는 그 여사장님에게 1불짜리 한 장 받아먹은 적 없다. 혹시라도 필자와 같은 증세로 고생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될까 해서 써본 것이다. 팔찌 값도 몇십불밖에 안한다. 


 아무튼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신 엄여사님이 필자를 다시 찾은 것은 그로부터 몇 달 뒤였다. 잔뜩 찌푸리신 얼굴이어서 ‘혹시나 나쁜 일이 있으신가?’ 했는데 긴 한숨을 쉬시더니 “법사님이 틀림없이 이번에는 승진을 할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기대를 하고 아들에게도 법사님이 걱정마라고 말씀하셨으니까 걱정 말고 기다려 보자고 이야기 했어요. 법사님도 아시지만 우리 애가 어릴 때부터 법사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믿고 잘 따르잖아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번에 나온 그 좋은 자리가 우리 애보다 아랫사람에게 가버렸어요. 아들도 이만저만 실망한게 아닌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우리 애가 다른 사람들보다 항상 먼저 승진해왔잖아요. 계속 선두 그룹으로 달리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랫사람한테 밀린거에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엄여사님의 질문에 필자는 할 말을 잃었다. 겨우 할 수 있다는 말이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지요!” 밖에 없었다. 

 필자의 자랑 같지만 이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곧 실현되었다. 당시로서는 정기인사로는 기대할 수 없었던 높은 자리가 곧 공석이 되기에 위에서는 이를 쉬쉬하고 엄여사님 아들보다 아래격인 사람을 먼저 승진 시키고 진작 알짜배기인 아주 중요한 보직에 엄여사님 아들을 앉히기 위해 그 시기를 늦춘 것이다. 이 자리는 원래 엄여사님 아들 레벨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자리였는데 이 보직에 있던 분이 이혼문제와 건강문제로 사직하게 되어 엄여사님 아들에게 ‘황금보직’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어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찾아오신 엄여사님에게 이 소식을 들으며 필자는 오른손을 뒤로 감췄다. 또 억세게 쥐고 흔들면 이번에는 큰 탈이 날 것 같아서 였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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