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相告引 罪及念外(전상고인 죄급염외)
-서로 고발하다가 죄가 무거워진다-
이글은 10년 전에 필자가 쓴 글이다. 한인 타운에서 노래방을 운영하시는 노 사장님은 필자의 오래된 고객이시다. 노래방을 이곳저곳에서 여러 군데 운영하고 있고 그 규모도 대단해서 주변 사람들 사이에 ‘노래방 재벌’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듣기도 한다. 헌데 오랜 불경기 속에 시달리다 보니 오히려 규모가 크고 여러 군데 운영 해오던 것이 더 큰 경영의 부담이 되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 올 2월경 노 사장님이 필자를 찾았다. 오셔서 하는 말이 “법사님!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습니까? 같은 업종에 있는 놈이 한솥밥을 먹는 사람을 고발 할 수 있는 겁니까?” 라고 하며 얼굴이 벌개져서 씨끈덕 거린다. 사연은 이렇다.
요즈음 하도 불경기이다 보니 서비스 요금도 대폭 내리고, 불법인줄 알면서도 노래방 도우미 아가씨들을 쓰기 시작했다 한다. 룸싸롱에서 술을 먹던 사람들이 술값이 부담스러워 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고 노래방에 와서도 아가씨를 찾으니 어쩔 수 없이 도우미 아가씨들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도우미 아가씨가 없다고 하면 손님들이 다른 집으로 발길을 돌리니 하는 수 없었다. 혹심한 불경기 속에서 ‘사느냐 죽느냐’ 식의 사생결단을 해야 할 정도의 혹한이니 이런 변칙영업을 하는 것이 대다수라고 한다. 그런데 하루는 노 사장님 노래방 건너편에 있는 노래방 주인이 찾아와서는 시비를 걸어왔다. ‘왜 남의 집 손님을 뺏어 가느냐? 싸인 간판을 왜 그렇게 요란스럽게 크게 달았는가? 가게밖에 까지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느냐?’ 는 등 등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자기 집 장사 안 되는 분풀이를 하는 것 이였다.
장사를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해 본 일이겠지만 자기 집 장사는 안 되는데 다른 집 장사가 잘 되면 눈이 뒤집히는 것이 장사꾼의 심정이라 이해는 갔지만 그 정도가 도를 지나치는 듯해서 언성을 높이다보니 싸움이 커졌고 경찰까지 오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 후 노 사장님 가게에 단속이 들이 닥쳤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사항이 지적되어 며칠간의 영업정지를 당했고 벌금도 크게 얻어맞자 노사장님의 분노가 폭발했다. 틀림없이 건너편 노래방 주인이 앙심을 먹고 자신의 가게를 고발했다고 믿어지자 그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 노사장님 역시 건너편 가게를 고발했다한다. 그 결과 건너편 노래방 역시 단속을 당했고 영업정지와 벌금이 부과되었다. 이제 본격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져 거의 매일이다시피 서로가 관련기관에 고발을 해대니 거의 매주 한 번씩 단속 팀이 나오는 지경에 도달하자 두 집은 단속이 두려워 손님을 받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필자가 노 사장님의 운을 뽑아 보니 역시나 ‘傳相告引 罪及念外(전상고인 죄급염외)’ 이다. 이를 풀이해 보면 ‘서로가 서로를 고변하다가 그 죄가 커진다’라는 뜻이다. ‘한 선로에서 두 기차가 충돌하려고 마주 달리는 꼴’이요 ‘생각 없이 너 죽고 나죽자고 덤비는 치킨 파이팅’인 꼴이다. 결국 상대방을 죽이고 힘에 부쳐 자기도 죽는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싸움’이다. 노 사장님의 상황을 보면서 필자가 법대 재학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가 생각났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에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그 옛날의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그 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결국 상대를 찌른 창에 결국은 자신도 찔리는 바보 같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 노랫말이다 싶었다.
노사장님의 운을 세밀히 살핀 후 필자 왈 “오늘 이 상담실을 나서는 그 순간 즉시 건너편 노래방 사장을 찾아 가십시오.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먼저 찾아가서 사과하십시오. 먼저 사과 한다고 해서 노사장님이 이 싸움에서 지는 것이 아닙니다. 거꾸로 이기는 길입니다. 내가 먼저 잘못한 것이 아닌데 왜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하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지는 것이 이기는 길입니다. 제 이야기대로 하세요!” 라고 명령조로 강하게 이야기하자 예상했던 대로 “아니? 내가 왜 먼저 사과를 합니까? 먼저 치사한 짓을 한 놈은 그 놈인데? 나는 정당방위를 했을 뿐 이예요! 그놈이 먼저 나를 때리니까 나도 방어차원에서 때린 것 뿐인데요!” 라고 하며 반발한다. 필자가 다시 “글쎄 지는게 이기는 길이라니까요! 내 말대로 하세요. 나중에 큰 후회하지 마시고......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 보면 내말이 맞았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겁니다.”라고 한 뒤 상담을 마치었다. 그 후에 노사장님의 소식은 알 수 없고 소문에 두 집 다 망해서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만 지인을 통해 들었을 뿐이다.
요즈음 미국의 정가모습이 꼭 이런 모습이다.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싸움이 접임가경이다. 이 싸움 속에 연방정부는 셧다운 되었고, 국가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치킨게임에 몰두해있다. 국가부도라는 어마어마한 재앙을 서로가 무기삼아 막가파식 배짱 싸움을 벌리는 것이다. 무식한 조직폭력배들이 서로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기 위해 협박을 해대는 모습과 전혀 다를바 없다. 세계의 일등 지도국가라는 미국의 패망이 서서히 시작되는 모습이다. 이런 정치격 부재(不在)를 지닌 국가가 어찌 계속 번영할 수 있겠는가? 이성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방향성을 잃어버린 세계제일의 거인국가가 서서히 쇠멸해가는 서곡을 보는 것 같아 서글프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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