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전전 긍긍

2020.12.24




                    전전 긍긍


 최근에 가게 문제로 전전긍긍 하고 계시는 최 동일 씨는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사장님이시다. 남미계가 몰려 사는 지역에서 운영하는 멕시칸 슈퍼마켓은 제법 성업 중이다. 하루에 매상이 4천 정도이고 이것저것 경비를 제외하고 가게 오픈할 때 끌어다 쓴 곗돈과 은행 융자금을 제해도 한 달에 만불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니 노른자위 사업이 틀림없다. 종업원으로 쓰는 남미계 직원들은 손버릇이 나빠서 주의해서 지키지 않으면 가게 물건을 슬쩍슬쩍 하고 캐시어도 갖은 농간을 다부려 매상에 손을 대지만 근절 시킬수 있는 묘책은 없고 그 규모를 최소화 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최동일 씨가 처음 마켓을 사려고 할때 필자에게 자신의 운과 가게 터의 풍수를 물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 그 후 무슨 일만 있으면 필자를 찾아서 상담을 하곤 했다. 얼마 전 상담 시 ‘관재구설수’를 조심하라고 일러 주었는데 지난 번 시에서 위생 감독관이 나왔을 때 쥐똥과 바퀴벌레 문제로 2주 동안의 영업 정지를 먹게 되자 매우 억울해 하며 필자에게 전화를 한 일이 있었다.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은 것도 문제 이지만 문제는 다음 번 위생 검사에도 만약 문제가 있을 경우 몇 달간의 영업정지 까지 당할수 있어서 이는 실로 존폐의 위기에 몰릴수 있는 일이여서 더 큰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최동일 씨가 처음 미국에 와서 시작 한 일은 청소였다. ‘공항에 누가 마중 나오느냐가 그 이의 미국에서의 직업을 결정 한다’ 라는 진리대로 마중 나온 외사촌 사촌형의 사업이 청소 비즈니스 여서 자연스럽게 청소일 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참으로 기가 막혔다고 한다. 비참한 생각도 들었는데 남들 다자는 오밤중에 밤을 세워가며 텅빈 건물 사무실에서 홀로 일을 하다 보면 무인도에 홀로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 같은 외로움이 들 때도 있고 문득 무엇이 나올 것 같은 무섬증도 생기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이것도 무뎌지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일을 하게 되자 무슨 일이든 어떤 환경이든 사람은 적응해 가게 되어 있다는 말이 실감나곤 했다. 


수입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사람이 밤 낮이 바뀌니 모든 생활이 뒤죽박죽 이었고 무엇보다도 가족들과의 화합에 문제가 있어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한국과 중국에서 물건을 수입 해다가 미국에 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무역회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문제는 월급이 너무 적다는데 있었다. 세금 공제하고 손에 쥐는 돈이 1800불 정도여서 그야말로 겨우 입에 풀칠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사무직이여서 업무는 무척이나 편했고 한국에서 대학원 까지 나온 자신에게 맞는 고급스런 일이 였지만 ‘빛 좋은 개살구’ 격이었다. 


부인과 머리를 맞대고 궁리 끝에 한국의 부모님께 사정해서 도움을 받고 처갓집 장인 장모님 돈과 처제 시집 비용까지 동원했고 부인이 근무하던 식당 주인에게 부탁해 곗돈을 일부 얻었다. 이렇게 다국적(?) 거국적(?) 으로 모은 돈과 은행 융자를 합쳐서 열게 된 슈퍼마켓 이었다. 이게 잘못되면 여러 사람 골병 들게 생긴 것이다. 자신이나 부인 모두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나 어렵게 어렵게 학교생활 마치고 어찌보면 무모 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민길에 올랐는데 이게 잘못되면 늙으신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 생계가 당장 문제가 될 것이요. 늙은(?) 처제는 시집도 못가고 더욱 늙어갈 것이고 자신들의 신용은 물론 은행 융자 시 독약을 마시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싸인을 해 주신 처삼촌께서도 문제가 될 것이였다. 여러사람 죽는 일이다. 부부는 그래서 낮과 밤이 없이 열심히 뛰었다. 열 네 살짜리 딸과 열 한 살짜리 아들까지 뛰었다. 어차피 집에 혼자두면 안되기에 데려온 막내 까지도 심부름을 시키면 신이 나서 해 냈다. 그 큰 시장 같은 가게가 엄마 아빠 가게라고 하니 신이 났던 모양이었다. 


슈퍼마켓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잘 되어 갔고 매상이 꾸준히 상승하니 물건도 다양하고 싱싱하게 풍성히 들여 놓으니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다. 이러던 차에 위생검열 문제가 터진 것이다.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위생검열 때문에 최 동일 씨는 불안 초조 속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잠도 못자며 격무에 시달리니 얼굴이 반쪽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자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던 부인이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법사님께 한번 다녀옵시다. 계속 이러다가는 당신 쓰러지겠어요.” 라는 성화에 내외가 같이 필자를 찾은 것이 얼마 전이다. 필자가 이 두 분의 운을 짚어보니 또 다시 관재구설수는 없어 보였다. 필자 왈 “제가 보기에 더 이상의 관재구설수는 없어 보입니다. 위생에 신경을 쓰고 평소에 대비 한다면 위생 검열이 와도 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 걱정 말고 빨리 돈 버셔서 꿔온 돈 갚을 궁리나 하십시오” 라고 하니 최 동일 씨 두 내외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휴~ 하는 표정을 지은 뒤 어색하게 웃는다. 참으로 열심히 사는 부부의 모습 이여서 보기 좋았다. 두 분의 건투를 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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