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그냥 혼자 사시죠? -영화 속 주인공 같은 男子-
몇 해 전의 일로 기억한다. 50대 중반의 한 남성분이 필자를 찾았다. 나름 복장을 갖춘다고 양복 차림에 넥타이까지 매고 있었으나 와이셔츠 옷깃은 때 국이 쩔은게 누추했고 몇 날 면도를 안했는지 수염이 꺼칠해 보이는 행색이었다. 생년월일시를 물어 사주기둥을 세우고 살피니 사주에 관살이 많고 인성이 있으나 재성에 의하여 파극되고 있는 구조여서 행색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사주팔자 또한 처복이 없고 처로 인하여 파국을 맞게 되는 팔자인데다 이분의 최근 운세를 주역상 짚어보니 ‘수지혁’의 쾌다 ‘전상고인 죄급염외’의 운이니 ‘친구나 연인 부부이별 수 있다. 관재구설을 조심하라. 갑자기 놀라게 되리라’ 라는 뜻으로 해석 될 수 있는 운이다.
사주팔자와 이분의 운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일람한 뒤 필자 왈 “최근에 부인 때문에 크게 놀라거나 상심하신 일이 있으셨나요?” 라고 물은 즉 이 분 흠짓 놀라는 표정이더니 이내 표정을 정리한 뒤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부인은 무슨!...부인은 아니고 같이 지내던 여자 때문에 좀 일이 있기는 있었지만 그게...” 라고 한 뒤 우물우물 말을 삼킨다. 필자가 재차 “같이 살던 분이면 부인 아닌가요? 정식 결혼을 했던 안했던 사실상 부부처럼 살았다면 부부로 보는데 어떤가요?” 라고 다그치듯 물으니 “사실은 그게 참 곤란한 이야기인데...” 라고 하며 사연을 이야기한다.
이분은 경기도 안성 사람이다. 평범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고향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뒤 건대 축산과에 진학하여 낙농업과 관련된 공부를 하였다. 학교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온 뒤 모 유제품 가공회사에 취직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어려서 부터 체구가 외소하고 건강치 못한 체질이었는데 고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늘 골골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하숙집 딸이 이런 그에게 연민을 느껴 친절하게 간호도 해 주곤하다 눈이 맞아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 하숙집 딸은 아주 어린시절 시집을 갔다가 남편의 폭력과 주정 때문에 이혼하고 친정집에서 빈둥거리던 처지였지만 이분은 깜빡 속았다. 조카라고 하며 귀여워하던 아이가 사실은 이 하숙집 딸의 딸이었다. 나중에 이 사실이 우연한 기회에 폭로가 되어 양쪽 집안이 대 전투를 치뤘지만 어차피 엎지러진 물이라 생각하고 화해했으나 이것이 계속 영 찜찜하여 결국은 헤어지고 만다.
사기 결혼의 상처로 다시는 여자를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당시 군청에 다니던 아가씨와 맞선을 보았는데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인상이 수더분하고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여서 여성 스러워 좋았다한다. 양쪽 집안의 이런저런 인사가 오가고 결혼을 결정했다. 모든 것이 좋았다. 사단은 결혼식 날 아침에 일어났다. 신부가 오간데 없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신부를 열열이 짝사랑하던 이웃집 노총각이 싫다는 신부를 강제로 납치해서 지방으로 내뺀 것이다. 경찰이 동원되고 신문에 까지 보도되는 난리법석 끝에 신부를 찾았지만 벌써 10여일이 지난 뒤였다. 노총각의 부모가 찾아와 제발 자신의 아들 한번만 살려달라며 신부 부모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어찌된 영문인지?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노총각이 신부를 강간한 것은 아니라는 신부의 증언과 관대한 처벌을 바란다는 신부와 신부 부모님의 호소로 결국 이 치정극은 happy ending (해피앤딩)으로 막을 내리니 신부와 신부를 열열이 사랑했던 노총각이 부부가 되고 이분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격으로 개망신만 당하고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한 번의 사기 결혼과 한 번의 치정극을 당하고 나니 자기가 무슨 영화 속의 인물처럼 생각되었다. 남들은 평생에 백 명 중 한명이나 겪어 볼까 말까하는 기막힌 사연을 두 번이나 당하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몇날 며칠을 술로 지새며 “다른 놈들은 척척 장가도 잘 가는데 에이 씨~ 왜 나만 갖고 그래! 엉엉엉” 신세 한탄을 했다. 이러다보니 나이만 들었고 결혼은 무서워 영 꿈도 꾸지 않았다. 40대 중반이 넘었을 무렵 회사에서 해외 발령지시가 내려왔고 LA지사의 책임자 급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이곳에 와서 꽃다운 미모의 한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나이는 30대 초반이고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외로울 때 찾아가 바텐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이 들었고 가까운 사이이자 깊은 사이가 되었다. 예전에 여자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어 이 아가씨에게 처음부터 자신의 독신주의자이며 절대 평생 결혼 안할 것 이라고 했고 이 아가씨는 대답하기를 “저도 결혼은 죽어도 안할 거예요. 아저씨 너무 쿨~하고 서로 부담 없어 좋아요” 라고 한 뒤 정말 서로 부담 없이 지냈다. 이러다보니 방값내기 아깝다며 이 분집으로 살림을 합쳤고 이렇게 부담 없이 꿈 속 같은 즐거움에 빠져 살았는데 어느 날 집에 와보니 집에 있던 값나가는 물건들과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 그리고 은행에 있던 잔고까지 전부 다른 구좌로 이체해서 이분을 완전 거지로 만들어 놓고는 없어져 버렸다.
꽤나 긴 세월 같이 지냈지만 이 아가씨가 없어진 뒤 보니 이 여자의 진짜 이름도, 나이도 이 여자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도 하나도 자신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했다. 귀신에 홀린것 같이... “선생님 꼭 꿈을 꾸고 있는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라고 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이분에게 필자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웬만하면 혼자사시죠?” 밖에 없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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