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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굳세어라 금순아!

2021.05.28



                       굳세어라 금순아!


 박금순 씨는 45세의 이른바 돌싱(돌아온 싱글)이시다. 20초반의 어린나이에 멋모르고 동네 껄렁패인 삼식이를 만나 애를 가져 할 수 없이 동거를 시작한 것이 이성으로 인한 시련의 첫 장이 되었다. 건들거리며 짝 다리를 짚고 성냥개비를 씹는 정형적인 양아치 모습이 당시에는 어쩌면 그리 멋있고 주윤발 처럼 보였는지 정말 모를 일이라고 필자에게 말했듯이 제 정신이 아니었던 거였다. 


떡두꺼비같이 잘 생긴 아들은 어쩌면 허우대만 멀쩡하고 머리는 텅 비어있는 제 애비와 그리도 똑같은지 자라면서 공부하고는 담쌓고 말썽이라는 말썽은 죄다 빼놓지 않고 부려댔다. 삼식이도 저를 닮은 아들이 한심한지 “야 이자식아! 너 그러고 다니면 나중에 내짝 난다. 빨리 정신차려 짜샤” 하고는 충고도 하지만 나이 40이 넘도록 어릴때와 똑같이 정신 못차리고 노상 노름질에 기집질로 살림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지 모습을 그냥 똑같이 빼다 닮고 점점 똑같아지는 아들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보니 삼식이와 삼식이 아들인 작은 삼식이 그리고 금순이 이렇게 3식구의 단촐한 살림을 이끌어가는 것은 금순이 일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남자 2명은 박금순氏 표현대로라면 눈만뜨면 처먹고, 욕하고, 노름하고, 기집질하다 집에 들어와 자빠져 자고 또 눈뜨면 처먹고, 욕하고, 노름하고, 기집질하는 것이 365일 똑같다 한다. 


박금순氏는 패턴메이커이시다. 처음 이민 와서는 식당 웨이츄레스를 했고 수입도 괜찮았는데 자신의 이쁜 미모와 섹시한 몸매(자기 자신의 주장이다) 때문에 하두 남자들이 찝쩍거려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직업전환을 하게 되었다한다. 아무튼 이 결정은 대단히 잘한 일이여서 지금은 경력 십 수 년의 베테랑이 되어 수입도 만만치 않다. 워낙 부지런한 성격에 성격도 싹싹해서 대인 관계도 좋으니 직장에서도 인기가 만점이었다. 삼식이는 처음 이민 와서 페인트 일을 하는 사촌 동생을 몇 달 따라다니더니 ‘상대하는 애들이 질 떨어진다’ 는 핑계를 대고는 그 이후부터 한국에서처럼 쭉 한심한 건달 생활로 놀고먹었다. 삼식이 아들 작은 삼식이는 한국에서처럼 학교에서 애들 패다가 퇴학당한 이후 퇴학당한 아이들만 다니는 특수학교를 조금 다니더니 ‘적성에 안맞는다’는 핑계를 대고는 지 애비 아들 아니랄까봐 열심히 지 애비 행동을 따라했다. 집안의 두 남자 때문에 박금순氏는 노상 애가 닳았다. 


박금순 씨가 30대 초반일 때부터 시작된 필자와 박금순氏와의 인연은 15년 가까운 세월 이어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두 남자 뒷바라지와 사고처리에 여념 없는 것은 똑같다. 다만 작은 삼식이가 성인이 되어서 사고치는 규모가 좀 더 웅장(?) 해지고 이제는 삼식이의 스케일과 비슷해져서 감당이 조금 버거워졌을 뿐! 세 식구가 오랜만에 만나서 함께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애비와 아들의 대화가 기가 막혔다했다. 작은 삼식이 왈 “OO카지노에 갔는데 카드가 OO나와서 OO를 했는데 아~ 아깝게 OO가 나와서 져버렸다.” 이에 삼식이 왈 “야 짜식아 그럴때는 OO해서 OO해야지 OO하면 되냐? 이거 완전 바보 자식아냐?” 이러쿵 저러쿵 자신들의 카드 철학(?)을 서로 심도 있게 논한다. 노는 꼴들이 하두 기가막혀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제는 아주 세부적인 skill 까지 들먹이며 서로 잘났다한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박금순氏가 소리를 꽥 질러 대화를 중단 시켰다한다. 원래 바람기가 많았던 삼식이가 집을 나간 것은 2년 전쯤이다. 바람을 피워도 꼭꼭 집에 들어와서 자던 삼식이가 외박을 슬슬하더니 어느 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박금순氏에게 이혼을 요구해왔다. ‘이렇게는 정말이지 너무 답답해서 못살겠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고서 집을 나갔다. 드나들던 술집 주인여자와 눈이 맞았는데 영업 끝나고 함께 카지노를 드나들다가 정이 들었다고 한다. 술집이 꽤나 고급이며 규모가 큰 집이여서 여사장의 수입이 엄청났고 사고로 죽은 남편의 보상금과 보험금 까지 해서 거액이 생긴 돈 많은 유한 마담이여서 삼식이의 관심을 끌었고 마담 입장에서는 영화배우처럼 잘 생기고 몸도 튼튼한 삼식이의 육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남편도 떠난데다가 아들인 작은 삼식이는 작년 사고를 치고 한국으로 내뺐다. 한국에 가서 영어 선생하며 미국에서 지낼 때 보다는 성실(?)하게 잘 지내고 있어 차라리 잘 됐다 싶다했다. 처음에는 박금순氏 눈물로 세월을 보냈지만 이제 감당해야 할 두 남자도 다 떠났기에 이참에 새 인생을 살아보려 한다며 필자를 찾았을 때 필자 왈 “정말 잘 된 일입니다.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해 사십시오. 평생 남편과 아들에게 그 정도했으면 충분히 하신 겁니다.” 라고 하니 웃음 띈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새로 만난 남자는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디자이너인데 사람도 성실하고 유순 한데다가 실력도 좋아 수입도 많고 다 좋은데 좀 꺼려지는 것은 박금순氏 보다도 나이가 8살이나 연하라는데 있다고 하며 다소 수줍게 웃으며 곤혹스런 표정이다. 


필자가 가만히 상대의 사주팔자와 박금순氏의 사주팔자를 살펴본 뒤 “궁합이 아주 좋게 나옵니다. 이른바 찰떡궁합 입니다. 나이가 어리면 어떻습니까? 서로 잘 맞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요즈음은 트랜드가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인데요!” 라고 하니 표정이 확 밝아진다. 이제 지난세월 다 잊으시고 행복하시길... 파이팅! 굳세어라 금순아!


후에 들은바에 의하면 금순씨는 새로 만난 꼬마신랑(?)과 아주 재미나게 잘 살고 있는데 반해 삼식이는 필자의 예측대로 그렇지 못했다. 원체 끼가 많은 술집 여사장에게 삼식이 보다도 훨씬 젊고 더 잘 생기고 더 튼튼한 새 영계애인이 생겨 매몰차게 버림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제부인 금순이가 자기에게 복덩이였음을 알고 찾아갔으나 이때 이미 금순이는 새신랑과 살림을 막 차려 신혼의 재미에 푹~ 빠져 있을 때여서 때는 이미 늦었다. 이때 금순이가 삼식이 에게 한 말이 “조금만 더 빨리 오지 그랬어?” 였다고 한다. 역시 착한 금순씨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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