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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죽을 위기를 면한 노부인

2022.01.04

 




             죽을 위기를 면한 노부인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지 사람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오래살고 싶다고 해서 오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빨리 죽고 싶다고 해서 빨리 죽어지지도 않는 것이 사람의 命이다. 작년 중반 경 70대 중반의 남성 노인분께서 필자를 방문하셨다. 온화한 인상에 깔끔하게 차려입으신 옷매무새가 정갈하다. 오셔서 자신과 부인 생년월일시를 적은 쪽지를 건네시며 간결하게 “잘 좀 보아주세요!” 라고 부탁하신다. 두 분의 사주팔자 기둥을 세우고 부부의 운을 주역상 쾌로 짚으니 ‘환지손’의 쾌가 짚힌다. 


‘심입청산 자건서옥’의 운이니 ‘집안에 큰 질병이 침범한다. 날고 있던 새가 갑자기 날개가 부러진다’는 흉한 쾌이다. 노인분의 안색을 보니 어디 크게 몸이 아파보이지는 않았다. ‘환지손’의 쾌가 이들 부부의 공동의 쾌이니 남편분께서 멀쩡해 보이니 이운은 부인에게 더 적용될 듯싶었다. 부부는 운을 공유한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부모나 자식과도 운은 공유하지 않는다. 아무리 나와 가까워도 그들은 나와는 엄연히 1촌이라는 촌수가 존재한다. 즉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말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팔자와 운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부는 결혼하는 그 순간부터 한 몸뚱아리, 한 운명체로 본다. 결혼하는 그 순간부터 부부는 운을 공유한다. 따라서 니운, 내운 따질것 없이 우리부부의 운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는 촌수가 없다. 


즉 無寸(무촌)이다 같은 몸, 같은 운명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부모 자식보다도 훨씬 더 가까운 사이이다. 만약 아파서 불행히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똥오줌을 싸게 된다면 그 치부를 누구에게 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내가 제일 위하고 아껴야 될 사람이 누구인지 금방 알게 된다. 부모에게도 자식에게도 치부를 보이기는 어렵다. 누가 뭐래도 내 남편 내 부인에게만 마음 편하게 보일 수 있을 뿐이다. 아무튼 천천히 두 분의 운을 다시 한 번 살핀 뒤 필자 왈 “부인께서 아주 위중한 병환이나 사고를 당하지는 않으셨습니까? 하늘을 날던 새가 날개가 부러지는 운이니 아주 불안해 보입니다.” 라고 하니 이 노인분 다급하게 “그럼? 그 날개가 부러진 새는 어찌됩니까? 죽습니까?” 라고 물으신다. 


이 노인분은 평생을 CPA로 성실히 일해오신 분이고, 고령임에도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을 해오셨다. 워낙 성실한 분이어서 주위에서도 인정받아왔고 자식들도 모두 잘 성장하여 모두 각자의 가정을 잘 꾸려가고 있었다. 약사이신 부인도 현모양처여서 남편에게 내조를 잘 하셨고 연구소에서 직장생활도 꾸준히 잘 하시면서 자녀들 양육에 빈틈이 없으셨던 분이다. 어디하나 문제없이 행복하던 이 가정에 파란이 닥친 것은 이 노인분이 필자를 찾기 몇 달 전이였다 한다. 부인이 평소와 다르게 자주 몸이 피곤하고 기침이 오래 끌어 병원을 급히 찾았더니 대장암 말기였다. 평소에 어떤 특이한 증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본인 자신이 약사여서 자신이나 식구들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던 터여서 의외였고 갑자기 놀랐다한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해보아야 알겠지만 암의 진행상태가 너무 심해 힘들것 같다는 진단을 하자 노인분은 앞이 깜깜하고 하늘이 노래지는 충격을 받으셨다. 


평생을 잉꼬부부로 서로 아껴주며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던 거였다. 매우 당황한 마음으로 며칠을 지내시다가 퍼뜩 필자가 생각났다 하셨다. 신문에서 흥미삼아 필자의 칼럼을 읽어왔기에 시간이 나면 언제한 번 들려보아야 겠다고 슬쩍 스치듯 생각했었는데 이런 황망한 일을 당하자 부랴부랴 필자를 찾아오셨다 한다. 필자가 이들 노부부의 운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작은 운의 흐름까지 세심히 분석해보니 당해 연도만 어떡하든 무사히 넘기면 내년 甲午年(14년)에는 위기를 넘기고 안심해도 될 운이 될 것 같았다. 필자가 “올해가 고비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올해를 넘기고 내년이 되면 위험한 고비는 넘길것 같습니다. 내년 양력으로 2월4일이 입춘이여서 해가 바뀌는 시점이니 2월 3일까지만 잘 넘기면 아마도 사모님 스스로 걸으실 정도로 건강이 회복될 겁니다. 내년에 두 분이 손잡고 꼭 저를 한 번 찾아 오십시요!” 라고 질문에 답변을 해드리니 이 노인분 안타까운 눈빛이 반가운 표정으로 바뀌며 “아이고! 그게 정말입니까?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위기이기는 하지만 회복될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라고 물으신다. 


필자가 부인되시는 분 수명궁을 짚어보니 수명은 최소 88~89세를 넘길 수 있을것으로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타고난 수명이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해 관리를 제대로 못할 경우 이른바 ‘제 명에 죽지 못하고’ 일찍 죽을 수 있는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필자가 임상을 하며 살펴보니 누구나 대체적으로 자신이 타고난 수명까지 살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상담이 있고난 뒤 연말을 맞았고 연초를 맞아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던 중 이글을 쓰는 며칠 전 쯤 이 노인분이 재차 필자를 방문하셨다. 부인과 함께였는데 필자는 처음에 이분을 잘 몰라보다가 이 노인분께서 “선생님이 작년에 우리 집사람하고 꼭 다시 한 번 오라고 해서 이렇게 마누라 끌고 왔습니다.” 라고 하셔서 ‘아~아! 그때 그분이시구나!’ 하고 알아보았다. 부인은 아직 병색이 있어보였지만 심각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젊어서 무척이나 미인이셨던 것 같은 곱게 늙은 분이셨다. 


“우리 이이가 하두 구도원 선생님 이야기를 많이해서 성화에 이렇게 같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꽤 젊은분 이시네요? 저도 선생님 글을 그동안 많이 보았고 토요일마다 빼놓지 않고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라고 하시며 웃으시는데 그 모습이 참 善(선)하다.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였다. 人命은 在天이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선업을 부지런히 쌓아야겠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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