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 광장을 모두 돌아 본 후, 카를교(Karlův most)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카를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 치는 것은 고딕양식의 구시가 교탑(Staroměstská mostecká věž)이다.
화약탑(Prašná brána)을 본 따 지은 교탑은 마차 또는 마차철도(Horsecar)가 드나 들던 입구였다.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힘좋은 말들은 철길을 따라 수많은 승객들을 날랐던 것이다.
교탑의 오른쪽에는 ‘프라하 황금기’의 주인공인 카를4세(Karel IV)의 동상이 있다.
카를 4세는 카를교, 카를 대학, 성 비투스 대성당 등을 세운 신성로마제국의 훌륭한 황제였다.



구시가 교탑 오른쪽으로 카를 4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교탑을 지나면 폭은 31피트, 길이는 1,692피트에 이르는 카를교의 장관이 펼져진다.
멀리는 달리보르 탑, 성 비투스 대성당이 있는 프라하 성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다리 난간에는 총 30개의 성인 조각상이 진열돼 있는데,
조각상 하나하나를 살피며 다리를 지나는 것은 카를교만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현재의 카를교는 1402년에 지어진 것이다


옛부터 카를교는 구시가에서 말라스트라나 지역을 잇는 중요한 다리였다.
카를교의 처음 시작은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목조로 만든 다리로 시작했다.
1157년, 거센 홍수에 목조다리가 무너 지자 사람들은 돌다리 건설을 계획하게 된다.
이곳에 처음 돌다리가 세워진 것은 1158 ~ 1172년 사이에 건축된 유디틴 다리(Juditin Most).
그러나 튼튼할 것이라고 믿었던 돌다리는 1342년 2월, 무서운 홍수가 덮치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카를 4세의 명령으로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돌다리 공사가 다시 시작된 것은 1357년이다.



카를교에서는 성 비투스 대성당이 있는 프라하 성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돌다리 건축 책임자는 독일의 슈베비슈 그뮌트 출신의 페터 파를러(Peter Parler)였다.
파를러는 블타바강이 흐르는 이곳에 단단하게 돌다리를 세우려 하지만 그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에는 석회와 모래를 개어 만드는 회반죽(Mortar) 기술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민하는 파를러에게 악마가 찾아 와 솔깃한 제안을 한다.
‘다리가 완공된 후, 처음으로 그 다리를 지나는 생명의 혼을 빼앗게 한다면 비법을 전수하겠다’.
다급한 마음에 파를러는 그 제안을 받아 들이고, 악마는 회반죽에 달걀 노른자 섞는 방법을 알려 준다.
이렇게 하여 공사가 끝나고 준공식을 하루 앞둔 날, 고민하던 페를러는 한가지 꾀를 생각해 낸다.
그 것은 닭이 한마리 있는 닭장을 다리 입구에 갖다 놓는 일이었다.
준공식 직전에 닭장문을 열면 닭이 다리를 지날 것이고, 사람의 생명은 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페를러는 회심의 미소를 짓지만, 악마는 그의 생각마저 뻔히 알고 있다.
결국, 인간으로 변신한 악마의 속임수에 페를러의 아내는 남편을 찾으러 다리로 오게 되고,
보초병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건축책임자의 아내이기에 그녀에게 길을 내 주게 된다.
이것이 오래 전부터 내려 오는 카를교의 슬픈 전설이야기다.



걷고 또 걸어도 결코 지루하지 않은 낭만의 돌다리.. 카를교


1357년부터 짓기 시작한 카를교는 바츨라프 4세의 통치기간인 1402년에 완공된 것이다.
그런데, 페터 페를러는 1399년 7월 4일에 세상을 떠났으니..
전설이야기는 100% 사실은 아닌 듯하다.

카를교의 양쪽 난간에는 각각 15개씩 총 30개의 성인 조각상이 놓여 있다.
조각상 중에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하는 석상, 성 안나의 석상, 성 다데오의 석상 등이 있는데
카를교의 조각상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성 요한 네포무크(Jan Nepomucký)의 조각상이다.



성 네포무크의 석상(Statue of St. John of Nepomuk)


네포무크는 바츨라프 4세(Wenceslas IV)의 명에 의해 혀가 뽑히고 강물에 던져서 순교한 인물이다.
당시 왕은 왕비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궁정 신부(네포무크)에게 왕비가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된 것이다.



동판 오른쪽으로 성 네포무크가 왕비의 고해성사를 듣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에 불륜에 대한 것으로 생각한 왕은 네포무크를 불러 고해성사의 내용을 말하라고 추궁한다.
네포무크가 끝까지 발설하지 않자, 왕은 그의 혀를 뽑고 병사들을 시켜 블타바 강에 던져 버렸다.
하지만, 일설에는 프라하 대주교를 대신하여 궁으로 갔다가 블타바강에 꺼꾸로 던져졌다는 설도 있다.
프라하 대주교와 바츨라프 4세는 서로간의 영지 다툼 때문에 원수관계의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블타바강에서 처형되는 성 네포무크의 동판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한다


어쨋든, 한 달 뒤에 발견된 네포무크의 시신은 전혀 부패하지 않았으며
머리에는 5개의 별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고 한다.
기적적인 일이 생기자 사람들은 바츨라프 4세에게 탄원서를 올리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왕은 시신을 수습하여 성 비투스 대성당에 안치하도록 명령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1729년에는 당시의 교황 베네딕토 13세에 의해 성 요한 네포무크는 성인으로 시성됐다.

세계 각지에서 카를교를 찾은 여행객들은 네포무크의 동상 앞에서 동판을 문지르는 행사를 갖는다.
이것은 성인의 영혼을 위로하고, 자신에게는 소원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카를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길이 되어 주고 삶의 위안을 준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다리는 걷고 또 걸어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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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상

성 이베스의 석상(Statue of St. Ivo) 성 엘리자베스,
성 마가렛, 성 바바라(Statues of saints Barbara, Margaret and Elizabeth)
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하는 석상(Statue of the Lamentation of Christ)
성 요셉의 석상(Statue of St. Joseph)
성 프란시스 하비에르의 석상(Statue of St. Francis Xavier)
성 크리스토퍼의 석상(Statue of St.Christopher)
성 프란체스코 보르자의 석상(Statue of St. Francis Borgia)
성 루드밀라의 석상(Statue of St. Ludmila)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의 석상(Statue of St. Francis of Assisi)
성 니콜라스 톨렌티노의 석상(Statue of St. Nicholas of Tolentino)
성 루이트가드의 석상(Statue of St. Luthgard) (Dream of St. Luthgard)
성 아달베르트의 석상(Statue of St. Adalbert)
성 요한 마타, 성 펠릭스 발루아, 이반( Statues of St. John of Matha, Felix of Valois and Ivan)
성 바츨라프의 석상(Statue of St. Wenceslas)
성모 마리아와 성 베르나르드의 석상(Statue of the Madonna attending to St. Bernard)
성모 마리아, 성 도미니크, 성 토마스(Madonna, Ss. Dominic and Thomas Aquinas)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The Crucifix and Calvary)
성 안나의 석상(Statue of St. Anne)
성 치릴로와 성 메토디오의 석상(Statue of St. Cyril and St. Methodius)
세례자 성 요한의 석상(Statue of St. John the Baptist)
성 노르베르트, 성 바츨라프, 성 지그문트(St. Norbert of Xanten, Wenceslas and Sigismund)
파도바의 성 안토니 석상(Statue of St. Anthony of Padua)
성 다데오의 석상(Statue of St. Jude Thaddeus)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석상(Statue of St. Augustine)
성 카예탄의 석상(Statue of St. Cajetan)
성 필리보 베니시오의 석상(Statue of St. Philip Benitius)
성 비투스의 석상(Statuary of St. Vitus)
Statue of the Holy Savior with Cosmas and Damian
성 네포무크의 석상(Statue of St. John of Nepom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