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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퇴계의 사람 공부】

2019.12.09

【퇴계의 사람 공부】 

 

조선 시대 대학자 퇴계 이황은 어느 날 할아버지의 제사를 치르기 위해서 큰 형님 집으로 갔다. 방에는 정성껏 차려진 제사 음식이 가득했는데 제사상 위에 놓여있던 배가 갑자기 굴러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때 퇴계의 두 번째 부인인 권 씨가 떨어진 배를 치마에 슬쩍 감추었는데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어 큰 형님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퇴계는 21세에 첫 번째 부인과 결혼하고 7년 만에 사별하고 재혼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부인인 권 씨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그녀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권씨와 부부의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인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남편인 퇴계는 어떠한 행동을 보였을까요? 그는 배가 먹고 싶어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부인의 이야기를 듣자 자신이 손수 배를 깎아서 부인에게 먹여주기까지 했다. 할아버지도 손자며느리가 음복하는 것을 귀엽게 여길 것이라고 말하면서 친지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부인을 감싸주었던 것이다. 퇴계는 당대 최고의 학자였지만 이와 같이 사람보다 자신의 이념을 앞세우지 않았는데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념이나 다른 어떤 것도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임을 몸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는 항상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실천함으로서 이처럼 사람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자세로 몸소 ‘사람 공부’를 이루었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를 보면 갈수록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 드는데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사람을 도구와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경우도 많은데 사람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아니라 물질이나 일이 중요시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우리 모두는 사람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귀하게 여기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삶의 어려움으로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는 몰라도 사람을 대하기가 두렵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 전해진 소식 가운데 이웃과의 층간소음 문제로 비롯된 갈등을 견디지 못해서 칼부림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인명을 살상하는 일도 보게 된다. 아주 사소하게 출발한 시비가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에 우리는 퇴계가 보여주었던 사람됨의 미학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부, 지위, 성별과 관계없이 ‘사람됨’ 즉 인간 존중 사상을 몸소 실천했던 그의 정신을 한번쯤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각자의 이념이나 생각이 다르다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일찍이 이황이 얘기했던 것처럼 도(道)의 근본은 하늘에서 나왔지만 이러한 것이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그가 보여주는 사람됨의 자세를 본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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