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있는 반대】
많은 경우에 보지만 우리 사회에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 것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집단 가운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를 더러 볼 수 있는데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다. 특별히 ‘비토그룹’이라는 단어에서 보는 것처럼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훼방을 부리려는 것 같아 결코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무슨 일에 대해서 반대를 한다는 것은 그 정당성을 떠나서 그만큼 부정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라 하겠다.
중국 고대 후한 시대는 조조의 위나라,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가 서로 힘을 겨루며 대립하던 시기였다. 위나라를 다스리던 조조는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북방의 변방 민족인 ‘오환족’을 정벌하기로 했는데 많은 신하들이 이를 만류하기에 이르렀다. 남쪽은 손권의 오나라 서쪽은 유비의 촉나라가 둘러싸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두 나라에 대한 방비를 소홀히 한 채 북방 정벌을 꾀하는 것이 위험천만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조조는 이들의 우려를 뒤로한 채 이 일을 과감하게 진행함으로서 오환을 점령하고 북방 통일을 이루어내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전쟁에서 돌아온 조조는 북방 정벌을 반대한 신하들을 조사하여 이름을 적어내도록 했다. 그러자 북방 정벌을 반대하던 신하들이 잔뜩 겁을 먹고 있었는데 이유는 조조가 성공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지만 실수하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이 엄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두려움에 떨면서 벌을 기다리던 신하들에게 큰 상이 내려졌고 조조는 어리둥절해 있던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북방 정벌은 그대들이 말한 대로 위험한 도박이었다. 이것을 성공한 것은 내가 잘난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움이 컸다. 그대들이 반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니 앞으로도 소신 있는 의견을 청하기 위해서 상을 내리는 것이다.”
조조는 이처럼 소신 있는 반대를 높이 평가하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서슬이 시퍼런 권력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히 말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일을 그르칠 수 있지만 분별력을 가진 소신 있는 반대는 우리 사회에 더없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소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형편에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가 많은 때 다수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같지만 소수의 용기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맹목적이고 획일적인 동조보다는 자신이 속한 역사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소신 있는 반대는 옳고 그른 것을 분변할 줄 아는 지혜를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대는 소셜 미디어로 대변되는 여론에 따라서 좌우될 수 있기에 더욱 소신 있는 반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어떤 사안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동조한다 해서 이에 부화뇌동하며 따라다녀서는 안될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찬성하는 일에 대해서도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부끄럼 없는 반대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