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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딱 한 번의 실수

2021.03.08




 

                 딱 한 번의 실수   


  이글은 오래전에  쓴 글이다. K씨는 필자의 오랜 고객이시다. 예전에는 건축업으로 재미를 보았는데 건축 경기가 시들해지자 재빨리 휴대폰 사업으로 업종을 변경하여 현재 성업 중이다. 경기의 흐름을 영리하게 잘 파악하고 판단이 되면 과감하게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몰아부쳐 40대 중반의 나이에 벌써 꽤나 성공한 축에 속하는 사업수완이 좋은 수완가이다. 학교 다닐 때 성적은 별로였는데 어릴 때부터 이재(理財)에 밝아 중학교 시절부터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내서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팔아 꽤나 쏠쏠한 수입을 올리곤 했다 한다. 어려서부터 길을 가다가 남들이 내다 버린 자전거나 가구 소품 등을 보면 잘 살펴서 집에 가지고 와서 부품을 사다 끼워 놓고 붙이곤 해서 쓸만하게 만든 다음 친구나 주위사람들에게 팔거나 주말 스왓밋에 가서 팔아 돈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업가 기질이 학교 졸업 후에도 발휘되어 40대 중반에 이르자 아파트도 몇 채 지니게 되었고 한인 타운에 상가도 몇 개 소유하는 등 경제적으로 괘나 성공한 인물이 되었다. 결혼도 일찍 해서 20대 초반에 부인을 맞았는데 꽤나 미인이고 심성도 고운 여자였다. 부인과의 사이에 딸, 아들 남매를 두었고 모두 건강하고 영민해서 K씨의 행복 전선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헌데 어느 날 인가 필자를 찾아와 심각한 얼굴로 현재의 자신의 운을 감정해 달라 부탁하기에 필자가 생각하기에 ‘사업상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나?’ 하며 쾌를 뽑아드니 의외로 ‘미제지규’의 쾌가 짚혔다. ‘쿄토기사주구하팽’의 운이다. ‘만사가 뒤틀린다. 가까운 자가 나를 속이니 오래된 연분의 정이 갑자기 헤어지게 되는 위기를 맞이하리라’ 라는 쾌상이다. K씨같은 잉꼬부부에게 좀처럼 잡히지 않는 ‘부부 이별수’의 쾌다. 필자가 다시한번 쾌상을 천천히 들여다 본 뒤 왈 “부부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부부 이별 수 결별수가 나오니 의외이군요? K사장님 부부가 잉꼬부부라는 것은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의외입니다. 살 있는 자가 가정에 출입하여 가정 풍파를 야기하는 운이기도 한데 어떻습니까?” 라고 한 즉 K씨 아무 말 없이 심각한 얼굴로 아랫입술만 지그시 깨물고 있다. 뭔가 분기를 삭히는 모습이다. 사연은 이랬다. 


K씨 부인은 현모양처형의 부인으로 생전 허튼 짓이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는 현숙한 부인이다. 남편의 수입이 그 정도 되면 다른 부인네들 같으면 명품 옷에 명품 빽, 고급승용차를 타면서 으스댈 법도 한데 K부인은 생전 그럴 줄 몰랐다. 항상 소박하고 겸손했다. 외출도 거의 안하고 오로지 애들 뒷바라지와 남편 수발이 전부였다. K씨가 이런 부인이 안스러워 가끔 나가서 놀고 오라해도 ‘이이는 제가 어디 그럴 주제나 되요?’ 라고 한 뒤 조용히 웃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 K씨가 한국에 출장을 다녀오고 난 뒤부터 K씨 부인의 태도가 이상했다 한다. 생전 안하던 외출도 부쩍 늘고 가끔 멍하니 어떤 생각에 빠져있는 예전에 보지 못하던 모습을 보였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외출하는 일이 많아지자 K씨가 부인에게 무슨 걱정이 있냐고 물어보곤 해도 정색을 하며 아무걱정 없다고 왜 그런 생각을 하냐며 오히려 역정이었다. 


K씨는 아무래도 부인이 걱정되어 근심하던 차에 밤에 잠을 자다 얼핏 잠이 깼는데 부인이 옆에 없어 주방에 물이라도 마시러 갔다 오나 하고 나오는데 거실 한 구석 녘에서 부인이 모기만한 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 가만히 귀를 세워 들어보니 부인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데 상대방에게 무척이나 몰리면서 사정조로 시간을 달라고 하며 사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소리가 너무 작아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부인이 무엇인가 코너에 몰려 상대방에게 선처를 애원하는 것은 분명했다. 이 날 이후K씨의 고민은 커져만 갔다. ‘혹시 나 몰래 큰돈을 어디 투자했다가 날려서 빚 독촉을 받는가?... 아니야 그럴 만큼 배짱이 큰 사람도 안 되고...’ 이런저런 걱정 끝에 할 수 없이 사람을 사서 부인의 상황을 파악해 보는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경악스러웠다. 


K씨 부인이 실수를 한 것 같은데 그것이 약점이 되어 상대방에게 협박을 받고 있고 그 상대방 남자는 질이 좋지 않은 사내라는 것이 밝혀졌다. 눈이 확 뒤집힌 K씨가 증거물 들을 들이대고 부인을 닦달했더니 심성이 착하고 약한 K씨 부인은 눈물, 콧물 쏟아내며 다 실토를 했다 한다. 생전 나가지도 않던 동창모임에 가게 된 것은 마침 K씨가 한국 출장중이여서 마음이 한가하면서도 적적하기도 했기 때문인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다보니 친구 중 하나가 바람을 잡았다. 모두들 기분이 들떠 나이트클럽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다른 남자들과 부킹이 되어 서로 짝을 지어 춤추고 노래하며 기분을 푼 것 까지는 좋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눈을 떠 보니 낯선 곳에 낯선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있더란다. 깜짝 놀라 가만히 기억을 되짚어보니 서울에서 사업차 출장 왔다는 귀공자풍의 사내들과 어울린 것 까지는 가물가물 생각이 나는데 그 뒤로는 영~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파트너였던 남자가 무슨 수작을 부렸던지, 아니면 오랜만에 생전 마시지 않던 술을 거푸 여러 잔 마셔 정신을 잃은게 아닌가? 하는 짐작만 했을 뿐이라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귀공자풍의 사내는 서울에서 사업차(?) 원정 온 제비족 양아치였던 것이다. 최근에 한국에서 꽃 뱀 제비가 LA에 몰려온다더니 자신이 이런 처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것이다. 분노에 부들부들 떠는 K씨에게 필자 왈 “부인이 평소에 끼가 많아서 남자들에게 눈길을 준 것도 아니고 정숙한 부인이 말 그대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것인데 한 번의 실수로 가정을 깬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가정이라는 것은 두 분 만의 관계가 아니고 아들, 딸 양가 가족 등 우리 가족 전체의 관계인데 이 전체가 한 번의 실수 때문에 붕괴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 현명하게 판단하시고 부인을 부디 용서해 주셔서 자녀들과 양가 부모, 형제 모두가 극심한 고통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한 번만 더 깊게 생각해 보십시요!” 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행히도 K 씨는 부인을 용서했고 부인을 괴롭히던 제비는 응징(?)을 당했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타일러서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양아치 제비라서 역시 대화가 되지 않자 K씨는 힘 꽤나 쓰는 무서운 친구들에게 부탁을 했고 양아치 제비는 한국으로 도망갔는지 아니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영 영 시야에서 사라졌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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