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세상에 숨어사는 도인들

2021.03.15

 




                  세상에 숨어사는 도인들 


 ‘道를 닦는다’는 말은 정신 즉 ‘마음을 닦는 것’을 意味한다. 정신을 하나로 집중시켜 자신의 본연지성(本然之性)을 회복시켜 여러 가지 비상한 힘과 참다운 지혜를 얻고자 함이다. 이를 얻기 위한 방법에는 수많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크게 나눠보면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우도(右道)와 좌도(左道),이 두 가지가 섞인 좌우도양도(雨道)수련법이 그것이다. 우도(右道)수련법은 오로지 자신의 정신만을 집중하여 수련하는 방법으로 호흡법과 원상법이 있다. 호흡법은 인간의 생명줄인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여 득도(得道)에 이르는 방법으로 예부터 가장 일반적인 수행법으로 행해져 왔다. 이 호흡 수련이 어느 정도 진척을 이루면 원상법 수련에 들어가게 되는데 우주, 인간 사물의 원초적 형상을 꿰뚫어보는 고도의 투시법이라 할 수 있다. 좌도(左道)즉 피동 수련법은 주문(呪文)과 부적(符籍)을 이용(利用)하여 고차원의 정신수련상태와 둔갑술, 환술, 축지, 이보, 차력 등의 능력에 도달하는 수행방식이다. 좌우양도(左右兩道)수련법은 피동반자동반의 수련법이라 할 수 있는데 외형적으로 주문과 부적의 피동적 요소와 순수한 자력(自力)의 정신집중이라는 자동적 요소가 결합된 형태로 역수리(易數理)를 바탕으로 한 각종 산법(算疺)과 추수(推數)과정을 통하여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악하고 그것의 미래를 예측하는 수련법이라 할 수 있다. 


역학(易學)도 이 범주에 들 수 있는 바 하락이수(河洛理數) 태을수(太乙數) 자미두수(紫微斗數) 등 인간을 길흉을 예견하는 학문분야가 그 예로 들 수 있다 할 것이다. 이렇듯 ‘道’를 닦는 길에는 대체적으로 상기한 세 부류가 있는바 이중 가장 보편적이면서 전통으로 인정받는 분야가 우도수련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깊은 수련을 통하여 신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삼교인 유.불.선 중에 仙(선)에 해당되는 분야가 바로 이에 해당된다. 불교의 경우 화두를 들고 깊은 참선에 들어 세상 문리에 도달하여 확연히 깨쳤을 때 ‘오도송’을 부르게 되는데 이는 세상 이체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하는 것이다. 즉 높은 도의 경지에 드는 득도(得道)의 경지로서 ‘도를 깨우쳤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바 선(仙)에 서의 道에 이르는 방법과는 다른 수행법이지만 그 도달하는 바는 같다 할 수 있다. 불교의 수행방법에도 화두를 들고 깊은 참선을 통해 도에 이르는 방법과 염불이나 독경을 통해 도에 이르는 방법 등 여러 수행법이 있으나 이 역시 오르는 길만 다를 뿐 그 꼭대기는 같은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수행과는 다른 길도 여러 가지가 있는바 어떤 분야라 해도 그것에 집중하고 집중하여 대가(大家)의 경지에 이르면 ‘道’를 통(通)할 수 있는 것이다. 바둑에 집중하여 도를 이룬 이도 있고, 그림에 평생 집중하여 도를 이룬 이도 있으며, 꽃을 가꾸는 것에 집중하여 道를 通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통해서 도를 통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 오백년을 통해 최고의 국수(바둑왕)로 기록된 전라도 보성출신 정 운창은 십년세월 방에서 두문분출하고 바둑을 연구하고 또 연구하여 바둑으로 유명했던 당시 금성현령 정박을 단숨에 이긴 뒤 유명해 지기 시작한 뒤 여러 국수들을 꺾고 당시 조선의 최고 국수로 대접받던 김 종귀까지 제패한다. 바둑에 완전히 미쳐서 도의 경지에 이르른 이라 할 수 있다. 조선후기 최고의 화백이라 할 수 있는 최북의 경우 그림으로써 일가를 이루었는데 그는 술주정뱅이에다가 성정이 포악하여 제 눈을 제 분에 못 이겨 송곳으로 찔러 외꾸가 되었다. 제 귀를 스스로 자른 고호와 비슷한 사연이다. 영조와 정조 시대를 살았던 최북(1712~1786)은 평생을 그림 연구와 술과 기행으로 살았지만 그림을 통해 도를 통한이었다. 


필자도 주위 사람들에게 ‘책벌레’라 불릴 정도로 독서광이요, 책을 사랑하는 애서벽(愛書癖)을 지녔지만 이런 필자도 저리가라 할 정도의 독서광이자 애서가가 있었으니 영조, 정조 시대 때 활동했던 책장수 조신선이 바로 그이이다. 조 신선은 해가 뜨면 저잣거리, 골목, 서당, 관청, 개인 집 등등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정도로 책을 팔러 뛰어다녔는데 걷는 법이 없이 항상 뛰어다녔다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평생 걷는 조신선의 모습을 본적이 없다 했다. 그는 책을 팔아 돈이 생기면 밥 대신 술을 먹었다. 그의 나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다산 정약용이 조 신선을 처음 본 것은 정조임금이 즉위한 1776년 무렵이었고 그때 그의 나이가 40대 중반 경으로 보였는데 다산 정약용이 그를 다시 본 것은 그로부터 20년 후인 순조 즉위해인 1800년 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때 조신선의 모습이 20년 전의 모습과 똑같았다고 기록에 적고 있다. 그는 글에서 “조 씨의 붉은 수염에 혹시 이치가 있지 않을까? 그의 나이는 벌써 백 여세가 넘었다고들 하는데 어찌 그리 늙지 않을 수 있는가?”라며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 세상에도 이런저런 도인들이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고 있음을 필자는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필자의 도반인 청암 이 근옥 형(兄)도 필자가 보기에 신선이 틀림없었다. 장난삼아 손으로 구름을 가르기도 하고 바람을 일게 하기도 하는 것을 옆에서 분명히 보았고 그 이치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되는바였는데 그는 세상에 나서지 않고 경북 어느 깊은 산골에서 양봉을 하면서 약초를 캐서 살아가고 있다. 흔하디흔한 라디오 하나 없이 생식을 하면서 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오로지 자신이 입적할 때를 기다리면서... 또 한분은 필자의 90이 다 되가시는 어머니이시다. 이분은 곡절 많은 세상살이 속에서 도가 트신 분이다. 학교라고는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글도 잘 해독하시고 셈법도 능하시다. 어려운 살림에 여러 자식 키우느라 모진고생을 겪으셨는데 사시면서 늘 희망적인 모습과 생각으로 사셨다. 한번도 ‘아이구 어쩌나 큰일났네!’ 라는 말씀을 평생 하신 적이 없다. 급격한 세상사나 사고에 자식이 놀래있으면 “얘야 걱정하지 마라. 건강하게 살아만 있으면 다 사는 법이 나온단다. 놀랄 것 없다. 걱정할 것 없다. 다 하늘이 알아서 살게 해 주신단다.” 늘 이런 모습이셨다. 모친께서는 험한 세상을 살아오시면서 생활 속에서 道를 얻으신듯하다. 이 세상에는 진실된 도인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그들은 세상의 부나 명예를 욕심내지 않고 현실에 만족하며 유유자적 구름처럼 세월을 보낸다. “뭐 세상살이 대단한 게 있나? 어차피 태어나지도 않은 인생인데...” 청암의 말이 생각난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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