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사기당한 것이 복으로 바뀌다.

2021.04.02

      



                    사기당한 것이 복으로 바뀌다.


 필자의 오랜 고객 고 여사님은 여걸이시다. 한국에서 유명한 큰 한정식 집을 젊은 시절부터 운영하셨고 이러다보니 정관계, 재계 유명 인사들과도 교분이 깊었다. 승승장구하던 시절에 갑자기 모든 것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온 것은 남편의 배신으로 인한 충격 때문이었다. 바람난 남편에게 거의 모든 재산을 줘버리고 외아들 하나만 데리고 빈 몸으로 오다시피 했다. 아들을 주지 않는 대신 전 재산을 다 주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기 때문이다. 생명과도 같은 아들이었다. 미국에 와서 겪은 고생은 ⌜삼국지 분량 만큼이나 많다⌟는 것이 고 여사님의 말씀이니 그 고생의 정도를 알만하다. 아무튼 아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UCLA를 졸업한 뒤 미국의 튼튼한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고 여사님의 고생은 대충 끝난 것이다.


이제 아들 장가만 들이고 손주들 재롱이나 보며 여생을 지낼 일만 남은 것이다. 이제 나이 들어 힘든 일도 못하기에 집에서 아들 뒷바라지나 하며 지내는 고 여사님이 언젠가 필자를 찾아와서 하시는 말씀이 “이제는 나이 들어 무얼 해 볼 엄두도 않나고 또 그럴 용기도 없는데... 아휴! 이렇게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면 너무 아쉽기도 하네요! 나 같은 늙은이에게도 무슨 기회가 혹시 있을까요?” 라고 묻는다. 필자가 가만히 고 여사님의 운을 살펴본 뒤 왈 “인생의 큰 대운이 한번 남아있네요! 2년후 쯤 그런 기회가 있겠습니다. 한번 기다려 보시죠!” 라고 하니 깔깔깔 웃으시며 “에이 선생님도 참! 다 늙어서 무슨 기회는 기회가 있겠어요? 저한테 용기를 주시려고 부러 그러시는 것 같은데...” 라고 하시며 말끝을 흐린다. 이에 대해 필자가 “립 써비스가 아니라 운(運)이 정말 그렇게 나오고 있으니 속는 셈치고 기다려보죠!” 하니 이분의 답하기를 “아니?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있나! 나이가 젊기를 하나! 아니 무슨 대운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라고 하신 뒤 고개를 갸우뚱하며 궁금해 하신다.


그러고 난 뒤 2년이 흐른 며칠 뒤 고 여사님이 필자를 찾았다. 침착하신 평소의 성격과는 달리 뭔가 무척이나 들떠보였다. 흥분해서 얼굴마저 상기된 채 필자에게 “선생님 정말 팔자가 있기는 있나 봐요! 선생님이 2년 전에 저에게 대운이 온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거 비슷하게(?) 뭐가 생기긴 생겼어요!” 라고 하신다. 사연은 이렇다. 옥 여사님이 한국에 사시던 젊은 시절의 일이다. 아마도 30년 전 쯤이라 하신다. 그때는 옥 여사님의 사업이 한 참 번성중이라 아주 바쁜때였는데 부동산 투자사기를 당한 일이 있다. 건달처럼 건들거리며 살던 이종사촌 동생이 부동산 회사에 취직을 했다고 하며 인사를 하러 와서는 “누님! 충청도 서해안 모지역에 큰 개발계획이 있습니다. 이건 누님에게만 알려드리는 정보인데요, 여기다가 땅을 사 놓으면 1년 사이에 열배는 오를 겁니다. 우리 회사사장이 대통령비서 실장 동생이라서 이 특급 정보를 알아낸 겁니다. 쉿! 절대로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하면 큰일납니다. 믿고 한 번 투자해 보세요” 라고 적극 투자를 권했다. 


처음에는 듣는 둥 마는 둥했는데 몇 번을 찾아와서 끈질기게 설득하자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한다. 결국 당시로는 어마 어마하게 큰돈인 2억 정도의 돈을 투자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알아보니 쓸모도 없는 길도 없는 돌밭 5000평 이었다. 돌밭이니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길이 없으니 집을 지을 수도 없는 완전 쓸모없는 땅을 속아 산 것이다. 시세보다도 최소 열 배내지 크게 보면 스무 배 곱으로 땅을 사게 된 것이다. 노발대발하여 감옥에 처넣겠다고 난리를 쳤으나 막상 불량배 자식 때문에 평생을 가슴 졸이고 산 이모의 눈물을 보니 그럴 수도 없어 분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남편과 문제가 생겨 아들하나 데리고 물건너와서 애 키우며 살아가느라 정신이 없었고 전혀 쓸모없는 그 땅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헌데 얼마 전에 한국에서 모르는 이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데 혹시 가지고 계신 땅을 팔 의사가 없냐는 것이었다. 무슨 땅??? 하다가 아~하 옛날에 사기당해서 샀던 땅이 생각났다. 30년 전일이다. 평당 45만원씩 쳐 줄 테니 생각이 있으면 전화해 달라고 했다 한다. 뭐? 45만원? 5000평 ☓ 45 = ₩2,250,000,000 22억! 5천!!! 부랴부랴 한국에 전화를 해서 그 일대 땅값을 물어보니 현지 부동산말씀이“글세~유! 요새 당최 땅 경기가 없어서 유~ 삼년 전에 70 ~ 80만원까지 거래된 적이 있는디 요즈음에는 통~거래가 없어 모르겠시유~~” 라고 한다. 80 ☓ 5000 = 40억??? 돈벼락을 맞은 것이다. 옛날에 자신에게 사기쳐주었던 (?) 이종사촌 동생이 너무도 그립고(?) 고마웠다.


니글니글한 깡패사기꾼 얼굴이 갑자기 온화한 미소의 부처님 얼굴처럼 인자하게 메이크업되어 머리에 떠올랐다.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완전 의절하고 지냈던 이종사촌 동생을 이리저리 수소문해 보니 역시나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모 사기사건과 폭력사건에 연류 되어 장기형을 받고 모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사람을 시켜서 영치금을 최대한 넣어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했다한다. 이래서 “사람 일이란 모른다.” 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불행이 원인이 되어 나중에 세월이 흘러간 뒤 뛸 듯이 기뻐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지금 뛸 듯이 기뻐할 일이 나중에 보면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불행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메뷔우스의 띠’ 라는 것이 있다. 일자로 된 종이의 양쪽 끝을 다른 면으로 뒤틀어서 연결해보면 바깥 면이 안면이 되고 안쪽 면이 바깥으로 연결되는 메뷔우스의 띠와 같은 이치라 볼 수 있다. 이래서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기쁜 일이 있다고 경망되이 너무 기뻐할 것도 없고 나쁜 일이 생겼다고 너무 절망할 것도 없이 세상만사 너그럽고 덤덤하게 바라보고 처신하는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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