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다니 고리사채라도 써볼까요?
타운 내에서 닭튀김과 멕시칸 푸드를 취급하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A여사님은 필자의 오랜 고객이시다. 팔자 박복하여 어려서 부터 똥구멍 째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나 어렵게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내더니 남편이라고 만난 인간이 노름꾼에 고주망태다. 아내의 가게일 도와주기는커녕 주인이랍시고 홀에 철퍼덕 자빠져 앉아 술 처먹으며 잔소리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소리소리 지르는 게 일인 남편 아닌 웬수다. 이 덕에 멕시칸 종업원들이 붙어 있지를 않고 툭하면 그만두는 바람에 A여사님 짧은 다리로 종종 거리며 가게 구석구석을 누비다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 워낙 없이 시작했다. 손위 시누이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사정사정해서 빌린 10만 불이 A여사 가족의 생명줄이 되었다. 그냥 빌려온 게 아니고 매달 2부 이자로 2,000불을 꼬박꼬박 바쳐 왔건만 이자가 단 하루라도 늦으면 가게에 찾아와서 난리를 치기 때문에 저승사자 돈은 뒤로 미룰 수 있지만, 시누이의 이자돈은 생명을 걸고 만들어야했다. 장사를 하다보면 어떤 달은 장사가 잘 될 때도 있고 어떤 달은 매상이 형편없을 수도 있지만 이런 사정은 시누이 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가게 세를 몇 달치씩 밀려도 이자돈은 밀릴 수 없다. 게다가 남편의 유세는 눈뜨고 못 볼 지경이다. “우리 누나나 되니까 너한테 그런 거금을 빌려 주었지 LA에 사는 사람 하나도 안 빼고 찾아다녀봐라. 1,000불이라도 빌릴 수 있는지! 네 주제에 어떻게 이런 큰(?)사업체 사장 노릇을 할 수 있냐? 이게 다 잘난 (?)서방 만난 덕인지 알고 고마운 줄이나 알 어!” 자기하고는 전혀 관련 없는 가게인 것처럼 말하고는 툭하면 가게에 와서 사장행세 하면서 유세를 떤다. 다행히도 가게 운영은 그런대로 되어 주어서 가게 세내고 종업원 3명 월급에 경비를 제하고도 이자 2부씩 내가면서 겨우 유지는 해 나갈 수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자정 가까이 까지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하루 14시간을 꼬박 일해야 이 정도가 유지되었다. 이러다보니 A여사님 항상 피로에 지쳐 얼굴은 퉁퉁 부어있다.
필자가 A여사님의 사주팔자를 처음 보았을 때 병화일주(丙火日柱)가 아주 신약하면서 관성을 뜻하는 水의 기운이 완전히 메말라 있었던 바 水는 丙火인 A여사에게는 관성 즉 남편 복을 뜻하니 남편 복 지지리도 없는 것이야 당연하다 할 것이나, 水는 신체장기상 신장과 비뇨기 계통에 해당되니 신장이 좋지 못해서 고생할 것이라고 했던 대로 피로에 지쳐 퉁퉁 부어있는 A여사를 볼 때마다 참으로 안쓰럽게 생각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A여사님이 필자를 찾아와 하는 말이 "법사님! 이제는 도저히 더 이상 견디기가 힘 드네요. 죽어라하고 몸이 부서지게 일을 하면 돈이라고 조금 모아지는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몇 년이 지나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마냥 그 자리니 너무 속상하고 의욕도 없어집니다. 남편이라는 작자는 집에 돈 한 푼 보태주는 것 없이 심심하면 가게에 와서 행패 부려 종업원 쫓아내는 게 일이지, 시누이라는 사람은 악질 사채업자처럼 병아리 눈꼽 만치도 인정이 없고 저승사자 마냥 노려보고 있으니 너무 힘이 듭니다.
이자줘야 할 때만 되면 가슴이 벌렁벌렁 합니다. 하루라도 늦으면 난리가 날 텐데 장사가 안 되는 때면 손에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려 살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제는 그만 둬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가게 그만두면 시누이가 당장 돈을 회수해 갈 테니 우리식구들 먹고 살길이 딱 끊기는 셈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제 몸만 조금씩 조금 씩 죽어 가는 것 같습니다" 라고 하더니 눈물을 찍어낸다. 가게를 계속하자니 돈도 모아지지 않고, 몸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고, 그만두자니 당장 식구들 생계가 끊기는 판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인 것이다. 필자 왈 “요 몇 년 동안 불경기도 이런 불경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장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하는 이 시기에 그래도 A여사님은 그동안 잘 해오신겁니다. 이자까지 부담하면서 그동안 가게를 유지해 오신 것은 대단한 겁니다.
만약 빌린 돈이 아닌 자신의 돈으로 시작 하셨다면 그동안 낸 이자 돈이 다 모아졌을거 아닙니까? 월 2천불을 5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내셨으니 1년이면 2만 4천불, 5년이니까 이자돈만 12만 불을 시누이에게 주신 셈 아닌가요? 그렇다면 여사님이 너무 없이 시작해서 그렇지, 안 되는 장사는 아니였지요. 그 이자 돈도 너무 쎄서 문제였지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방법을 생각해보시지 그랬어요?” 라고 하니 A여사님 갑자기 흥분해서는 “아이고 누가 그런 생각을 안 해 봤겠습니까! 우리 잘난 남편 분께서 노름하느라 여기저기 돈 빌려 못 갚고 제 크레딧까지 완전히 망쳐놓아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그랬지요” 라고 하더니 “선생님께서 내년부터는 제가 큰 운이 들어와 크게 발복할 수 있다고 하셨으니 차라리 이참에 고리사채라도 빌려서 다른 일을 한 번 벌려볼까요? 제가 아는 친구가 자바에서 봉제 일을 하고 있는데 가끔 필요할 때 사채 아저씨 돈을 쓰곤 하는 모양이더라고요! 필요하면 자기가 사채 아저씨를 소개해 주겠다고 해서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라고 한다.
이 말에 필자가 깜짝 놀라 왈 “ 아무리 운이 좋아지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상식적으로 사채이자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런 소릴 하십니까? 물론 시누이가 너무 인정사정없이 나오니까 괘씸한 생각에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만 아무리 홧김일도 그런 소리는 아예 하지 마십시오” 라고 하니 “아니 운이 좋다고 하니 그런 생각도 해보지만..... 웅얼웅얼” 혼자서 비 맞은 중마냥 중얼거린다. 생활에 너무 시달리다 보니 그런 비정상 적인 생각도 하는가 싶어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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