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귀한 확률
사람이 살다보면 참으로 신기한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된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될 수 없는 자신만의 경험을 한 두 가지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 얀마텔의 실화 장편소설 Life of Pi(파이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다. 한국에서 영화로도 나온다하는 이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인도의 한 동물원 설립자이자 운영자인 아버지가 가족들과 동물들을 싣고 이민을 위해 캐나다로 향해간다. 그런데 캐나다를 향하던 화물선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침몰한다. 갑자기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다 잃어버린 열여섯 인도소년 파이는 간신히 구명보트에 오를 수 있었으나 보트에는 오랑우탄 한 마리, 하이에나 한 마리,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한 마리, 그리고 220kg에 달하는 뱅골호랑이가 보트에 타고 있었다.
하이에나는 얼룩말을 산채로 뜯어먹고 연이어 오랑우탄을 죽여 먹이로 삼고 날뛰다가 소년을 노리지만 천우신조라 할까 이때 멀미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던 호랑이가 하이에나를 해치우고 잡아먹는다. 파이는 호랑이에게 먹히지 않으려 뗏목을 보트에 연결하고 그곳에 머무르며 호랑이의 습격을 피하고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 뱅골호랑이에게 먹인다. 배고픈 호랑이가 자신을 잡아먹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육지책 이였다. 열심히 먹이를 잡아 바치면서 파이는 호랑이의 습성을 이용하여 호루라기로 자신의 영역을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훈련에 성공한다. 물론 천신만고의 노력 결실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은 구멍보트에 있던 비상식량과 물로 연명을 하지만 이도 곧 바닥이 나고 파이역시 뱅골호랑이에게 주는 생선 등을 날로 먹으며 연명한다. 이렇게 100일에서 200일 정도의 사이에 파이는 영양실조로 시력을 잃고 장님이 된다. 망망대해 구조보트위에는 파이자신과 호랑이 밖에 없는 상태에서 눈까지 멀었으니 말 그대로 업친데 덥친격이다.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우연을 만나게 된다.
그 넓은 태평양에 자신처럼 구명보트를 타고 자신처럼 영양실조로 눈이 먼 바다표류자를 서로의 작은 구명보트를 타고 만나게 된 것이다. 불가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바닷거북이 태평양을 헤엄치다 숨을 쉬려 불쑥 고개를 내밀었는바 마침 가운데 구멍이 뚫린 조그만 판대기가 그 넓은 태평양을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그 구멍에 거북이 머리가 딱 맞추어 올라올 수 있을 정도의 희귀한 확률’이라하였는데 이런 희귀한 확률이 파이에게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 표류자는 불행히도 호랑이에게 희생당한다.
그 후 파이는 바다를 떠돌다 희귀한 섬을 만나게 되는데 이 섬은 섬전체가 바다에 떠다니는 육식식물로 구성되어 있는바 이 섬에는 나무도 꽤나 많이 자라고 있고 미어캣무리도 무리지어 살고 있었는바 (미어캣은 동물의 세계 같은 다큐에 나오는 서서 주위를 살펴보는 다람쥐과 동물무리임) 낮에는 섬 바닥에 내려와 생활하고 섬에 있는 개울이나 연못에도 나와 물고기 등을 잡아먹기도 했지만 밤이 되면 어떤 화학작용에 의해 섬 전체가 강한 산성 물질을 뿜어내 고기나 동물들을 흔적도 없이 녹여 흡수하므로 바닥에는 절대 내려오지 않고 나무위에서만 생활하는 모습을 보였다한다. 수없이 많은 난관을 거친 뒤 파이가 멕시코 해안에 도착한 것은 7개월이 넘는 기간을 태평양에서 표류한 뒤였다. (파이가 탄 침춤호가 침몰한 것은 1977년 7월 2일이였고 멕시코해안에 도착한 것은 1978년 2월 14일이였다)
나중에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이를 만난 조사관들은 파이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우선 어린소년이 호랑이와 같이 좁은 보트위에서 227일 동안을 생존했다는 것이 불가사의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파이는 동물원을 운영했던 사람의 아들이었고 자라면서 충분히 동물을 관찰할 수 있었기에 아무리 사나운 동물이라도 훈련만 시키면 복종시킬 수 있다고 믿고 그 까마득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힘겹게 물고기를 잡아서 호랑이에게 먹여가며 자신을 공격하지 않고 복종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물론 적극적인 복종은 아니며 파이가 호루라기를 불면 일정거리 이상은 파이에게 접근하지 않는 복종이었다. 살기위해 호랑이를 훈련시켰고 아주 희귀한 확률 이었지만 결국 성공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육식해초 섬에 잠시 머물렀다는 파이의 주장역시 조사관들은 믿지 못했다. 그런 해초가 그런 큰 규모로 섬을 이루어 바다에 떠다니는 섬이 목격된 바가 없었고 더구나 그 위에 미어켓 무리까지 떼 지어 살고 있다는 것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파이는 말한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아주 희귀하지만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은 늘 있잖아요?” 그렇다! 아주 희귀한 확률이지만 이런 확률은 늘 존재한다. OOO이라는 세 자리수를 1001에 곱하면 반드시 OOO이라는 수가 두 번 반복되고 (예-276☓1001=276276, 318☓1001=318318) 어떤 수 O☓3☓37☓1001은 반드시 OOOOOO 즉 어떤 수의 6자리 반복으로 나오는것 (예-2☓3☓37☓1001=222222, 9☓3☓37☓1001=999999) 이런 희귀한 확률은 희귀하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것처럼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희귀한 경험도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다. 상식적이 아니라고 그것이 반드시 거짓은 아닌 것처럼......
이처럼 사람이 살다보면 아주 희귀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어 남들에게 이야기하면 전혀 믿을 수 없는 그런 경험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경험이 나에게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이런 실체적 진실을 스스로 부정할 수는 없다. 필자에게도 이러한 희귀한 경험이 있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임으로!!! 세상 사람들은 정형화된 상식의 틀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틀 속에 맞지는 않으나 실체적 진실인 것도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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