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 클라인 학파 대상관계이론과 그 역사

주제: 무의식적 환상(Unconscious phantasy)

지도 교수: 신현근 박사                      

내용: 발제문                        

발제자: 서덕성 ICC 코치

발제일: 9/16/2019

주교재:

Hinshelwood, R. D. (1994). Clinical Klein: From theory to practice. New York: Basic Books.

임상적 클라인 – 이론과 실제(2006). R. D. Hinshelwood(지은이). 이재훈(옮긴이). 한국심리치료연구소.

무의식적 환상

클라인은 내사(그리고 합입에 대한 근저의 구강적 환상)가 우울증 뿐만 아니라 애도로 알려진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음의 사례는 ‘사람을 잡아먹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생각은 내사의 개념에서 온 것이다.

사례: 아내를 사별한 피분석자

이 환자는 정신증 환자가 아니었는데, 그의 아내를 첫 임심 중에 심각한 병에 걸리는 바람에 제와절개를 통해 아기를 낳았다.

   그의 아내와 조산한 아기는 생명을 잃고 말았다. 얼마 후에 그 남편은 내게 돌아와 다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가 분석을 재개한 직후에 꾼 꿈은 그가 고통스런 상실에 대해 구강-식인적인 내사 행동으로 반응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아브라함이 주목했던 사실, 즉 사별로 인한 환자의 정서 상태와 신체 증상 -먹지 않는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례는 정서상태 근저에 있는 무의식적 환상 안에 이 연결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환상은 입과 관련이 있다. 그것은 앞 장에서 제시된 사례보다 더 복잡하다. 배설물을 먹는 환상은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대상을 자신의 신체 안에 들여놓음으로써 그 대상을 되찾는 것을 나타낸다. 이 사례에서 입의 활동은 두 가지 다른 활동-파괴적(가학적)깨물기와 애절한 사랑 행동-을 동시에 나타낸다.

   이런 특성[먹기를 싫어하는]은 그의 일반적인 습성과는 대조되는 것이며 우울증 환자들이 보이는 음식물 거부 현상을 연상시킨다.

증상은 완화 되었다. 아브라함은 환자가 음식을 먹었던 날 꾼 꿈에서 그 대답을 찾았다.

   그날 밤 꿈에서 그는 죽은 아내를 부검하는 현장에 있었다. 그 꿈은 두 가지 대조적인 장면으로 나뉘었다. 한 장면에서 신체의 분리된 부분들이 다시 자라났고, 죽었던 아내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다음 장면에서 해부실은 그 모습이 바뀌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정육점에 걸려 있는 도살된 동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프로이트는 이처럼 두 개의 장면이 나란히 제시되는 꿈은 그것들 사이에 연결, 즉 밀접한 의미가 있음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이것은 그 꿈에 대한 환자의 연상 내용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분석 중에 환자가 이야기했던 꿈에 대한 연상은 해부된 시체의 모습이 그가 전날 저녁에 먹었던 고기 요리를 생각나게 했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아내의 해부된 시신은 정육점의 고기와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 꿈은 내사(먹음으로써 아내를 자신의 내부에 들여놓는 환상)를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연결시킨다. 그는 상실한 아내를 먹어 그의 내부에 들임으로써 부활을 성취했다. 먹지 않는 증상은 환자가 아내를 깨물고/해부하고/도살하는 두려운 환상에 몰두해 있을 때 발생했으며 종국에는 다른 환상, 즉 그이 내부에 있는 살아 있는 존재로서 아내를 부활시키기 위해 그녀를 사랑스럽게 먹는 환상이 드러날 때 완화되었다. 두 번째 환상이 도살 환상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환자는 먹는 것에 대한 보다 일상적인 태도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이 꿈에 대한 아브라함의견해는 사별에서 회복되는 것이 갖는 성질에 대한 우리의 물음에 답을 주고 있다. 회복은 그 꿈에서 표현되고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 곧 환자의 아내를 되살려내는 것을 통해 성취된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내적 대상으로서 살아 있으며, 구체적으로 신체적 과정인 먹는 행위에 의해 되살아났다.

아브라함이 이 꿈을 분석한 방식은 정신분석이 사용하는 증거가 어떤 것인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관련된 연상들을 통해 꿈을 해석한 프로이트의 방법에 기초해 있다. 연결들은 꿈에서 근접성에 의해 표현된다. 아브라함은 이 방법을 사용해서, 대상에 대한 이야기나 환상이 개인의 무의식 안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클라인학파에서는 다른 어떤 정신분석학파들에서보다 정신분석 이론과 임상 실제에서 무의식적 환상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환상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개인에게 미묘한 자기-인식이, 비록 의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은 대상을 다시 살려내는 과정으로 대상을 먹는다는 생각은 의식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꿈은 이것이 그의 마음속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생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갓 태어난 정신

대상들과의 관계에 대한 무의식적 환상들은 갓 태어난 유아의 정신 활동을 구성하고 있다. 이 무의식적 환상들은 삶과 정신의 발달이 시작되는 원초적인 경험들이다.

유아 발달의 초기 수준에서, 신체적인 요소와 심리적 요소는 하나로 만나게 되고, 그것들 사이의 차이는 희미해진다. 신체 증상으로 무의식적 환상을 나타내는 정신증 환자의 심각한 심리적 결함은 초기에 심리 신체적 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점에서 정신증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원시적인 특질은 유아의 정신이 지닌 원시적인 특질과 많이 닮았다.

사례: 어린 소녀와 구두

아이가 망가진 구두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증상은 한참 후에야 이해될 수 있었지만, 그것은 이미 초기(20개월)에 관찰된 것이었다.

언어 발달이 느린 1년 8개월 된 어린 소녀는 밑창이 너덜거리는 엄마의 구두를 보고는 무서워 떨며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엄마는 몇 개월 동안 소녀를 특별히 두렵게 했던 구두를 신지 못했다. 아이는 점차 그 공포를 잊게 되었다. 그러나 2년 11개월에 그녀는 갑자기 어머니에게 놀란 목소리로 ‘엄마의 망가진 구두는 어디 있어요?’하고 물었다. 어머니는 허둥대며 자신이 그것을 멀리 보냈다고 했다. 아이는 ‘그것들이 나를 잡아 먹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아이가 나중에 한 말은 공포증이 시작된 시기인 언어 이전 단계(1년 8개월)의 원시적인 구강적 환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아이는 망가진 구두의 밑창을 위험한 입으로 보았다. 그것은 잡아 먹히고 있다는 두려운 경험에 대한 기억이었고, 나중에서야 언어로 표현될 수 있었다.

아이가 말하게 되자, 그 공포는 마침내 언어적 사고에 의해 대체되었고, 근저의 ‘무의식적 환상’은 전적으로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에서부터 보다 고요하게 느껴지는 상징적 표현으로 바뀌게 되었다. 현실이 환상으로 바뀌는 이러한 변화는 유아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발걸음을 나타낸다.